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굉장히 높다.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폐업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 간혹 자영업에서 시작해서 큰 사업으로 키워내는 경우도 있다. 창업 후 바로 망하는 경우와 큰 사업으로 발전하는 경우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여기에 답을 주는 책이 있다. 마이클 E. 거버의 "사업의 철학"이다.
세계 최고의 소규모 기업 구루로 통하는 마이클 E. 거버는 자신의 책 "사업의 철학"에서 창업한 경영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하기 위한 발상을 제시한다. 이 책은 1986년 초판이 나온 이래 20개국 이상에서 7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창업에는 스몰 비즈니스와 스타트업이 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소몰 비즈니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영업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반면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떠안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게 된다. "사업의 철학"은 일단 스몰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책의 핵심 메시지인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조직을 만들자'라는 발상은 모든 기업의 경영에 도움이 되고 리더를 지향하는 조직 구성원에게도 꼭 필요한 생각이다.
스몰 비즈니스 경영자가 빠져 있는 착각
스몰 비즈니스의 업주가 열심히 일하는데도 노력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언가 근본적인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이 만들어 내는 상품, 예를 들어 빵집이라면 빵만 맛있게 만들면 성공한다라는 착각이다. 착각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런 전문적 능력만으로 경영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빵을 만드는 것과 빵집을 경영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경영을 시작하는 순간 장부작성, 직원 채용, 손님 모객 등 피고용인이었을 때는 경험해 본 적이 없던 일을 해야만 한다. 경영에 필요한 능력 중 빵을 만드는 것 같은 전문적 능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거버는 스몰 비즈니스 경영자의 내부에서는 3개의 인격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하였다.
- 창업가 : 이상주의자이며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데 소질이 있다. 대개는 미래의 세계에서 산다. 그러나 관리를 하거나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데는 서툴다.
- 관리자 : 무엇이든 잘 정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관리에 소질이 있다. 과거를 산다, 대개 관리방식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변혁에 반대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 기술자 : 정해진 룰을 따라 손을 움직이며 일하는 데 삶의 보람을 느낀다. 현재를 산다. 막연한 미래의 이상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경향이 강하다.
위의 3개의 인격은 서로 대립한다. 기술자는 장인의 기술을 발휘하고 싶어 하지만 관리자는 그 장인의 기술을 누가나 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술로 바꾸고 싶어 한다. 그리고 창업가의 이상은 기술자가 보기에 그저 몽상에 불과하다. 성공한 스몰 비즈니스 경영자는 3개 인격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사람은 드물다. 현실에서는 한 인격이 특출 나게 두드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버에 의하면 창업가형이 10%, 관리자형이 20%, 기술자형이 70%라고 한다. 기술자 인격이 우세한 창업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기술자형이 경영을 하면 반드시 벽에 부딪힌다.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너무 과중한 업무에 지치고 만다.
스몰 비즈니스의 성장 단계
성공하는 경영을 하려면 성장지향의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사실 스몰 비즈니스를 경영해서 성공하는 것은 그저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창업가의 능력과 관리자의 관리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 가지 인격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면 경영자로서 사업의 전체상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스몰 비즈니스가 어떤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거버는 스몰 비즈니스의 성장과정을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했다.
- 유년기 : 사업을 막 시작한 단계다. 아직 사장이 그 사업 자체인 상태다. 그런데 사업이 커지면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청년기에 돌입하게 된다.
- 청년기 :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으므로 사람을 고용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기술자형 경영자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사람을 고용해 회계 등 관리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이는 그저 자신 없는 업무에서 도망친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되면 품질 저하나 고객 클레임으로 돌아와 큰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내부에 숨어있는 관리자와 창업자의 인격을 불러내 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성숙기 : 큰 규모의 기업이 되는 단계다. 이 단계까지 오면 크게 성공한 비즈니스다. 따라서 이제야 큰 기업이 된 것이지만 사실은 스몰 비즈니스 시절부터 이미 성숙 단계의 기업처럼 경영을 해온 것이다.
스몰 비즈니스의 성공 전략 : 사업의 패키지화
스몰 비즈니스 경영자는 대개 매일매일 바쁘게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다. 그런데 이래서는 성숙기에 도달하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만다. 성공하려면 유년기 단계에 미리 성숙기의 모습을 미리 그려야 한다. 사업의 전체상을 미리 그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에 숨어있는 창업가 인격을 깨워야 한다. 창업가 인격을 깨우는 계기가 있다. 버거가 제안하는 것은 바로 '사업의 패키지화'다.
보통 새로 시작한 창업주는 5년 안에 80%가 폐업하지만, 프랜차이즈는 25%만 폐업한다고 한다. 프랜차이즈의 성공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것은 '사업의 패키지화' 덕분이다. 세계 최초로 사업의 패키지화를 실현한 곳은 맥도널드다. 맥도널드는 작업을 표준화하고 햄버거 대학을 세우는 등 초기부터 가게가 잘 경영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만들었다. 이처럼 스몰 비즈니스를 경영할 때도 초기부터 사업의 패키지화를 하면 된다. 누가 하든 잘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업무를 표준화하여 매뉴얼화하고, 누가 가게를 운영하더라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업의 패키지화를 통해 누가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사업의 패키지화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이 많다. 거대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업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판다고 하면, 자신이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야만 한다면 그냥 장사를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 통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면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사업의 패키지화와 맥이 닿아 있는 생각이다. 사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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