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중요한 일을 수행하다가 중간에 꽉 막히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답답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신을 점령해 버린다. 그런데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하여 일시에 돌파구가 마련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마치 미뤄진 일이 숙성되어 완성형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런 경험과 연관된 심리학적 개념이 '자이가르닉 효과'다. 알아두면 활용할 여지가 많은 개념이다.
자이가르닉 효과의 뜻과 발생 원인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란 완성되지 않은 일이나 중단된 일에 대해 더 오래 기억하고 더 강한 흥미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미완성의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맴돌 듯, 우리는 끝맺음이 흐지부지된 일에 더욱 집착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이 효과는 소련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이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들이 주문을 받은 후, 음식을 서빙하고 나면 주문에 대한 기억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을 관찰하며 발견했다. 반면, 주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경우에는 웨이터들이 주문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이가르닉 효과가 발생할까?
- 미완성의 긴장 : 완성되지 않은 일은 우리의 뇌에 미완성의 긴장을 유발한다. 마치 퍼즐의 조각이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긴장감은 우리의 뇌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해당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 목표 달성의 욕구 : 인간은 누구나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 하는 요구를 가지고 있다. 완성되지 않은 일은 우리에게 미완성의 목표를 상기시키며,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 뇌의 자원 할당 : 뇌는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하려는 경향이 있다. 미완성의 일은 뇌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뇌는 이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하려고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의 예시와 활용성
자이가르닉 효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예시를 들어 보려고 한다. 다음과 같다.
- 드라마 :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어떤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 시청자들은 다음 시즌을 기다리며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한다.
- 게임 : 게임에서 특정 레벨을 클리어하지 못하거나, 보스 몬스터를 잡지 못하면 플레이어는 그 레벨을 반복해서 도전하게 된다.
- 학습 : 공부를 하다가 중간에 방해를 받으면 방해받은 부분에 대한 기억이 더 오래 남아 다음에 다시 공부할 때 그 부분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 자이가르닉 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아주 기본적인 사항만 보자.
- 마케팅 : 미완성의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제품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 교육 : 학습 내용을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다음 시간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학습자의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 마무리 단계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업무 :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진행하고, 각 단계마다 작은 성과를 내도록 함으로써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높일 수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우리 삶 곳곳에서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다. 이 효과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학습 효과를 높이며,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미완성은 뇌를 자극하고,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 활용 방법들(예시)
이제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하여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 자이가르닉 효과는 미완성된 일에 대한 집착을 통해 우리를 더욱 행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이 효과를 잘 활용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1. 목표 설정 및 분할
- 작은 목표 설정 : 큰 목표를 작고 구체적인 단계로 나누어 설정한다. 각 단계를 완성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고, 다음 단계를 향해 더욱 열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이다. 최종 완성 단계에 대한 확실한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작은 성취는 미완성의 성취이어야 한다.
- 데드라인 설정 : 각 단계별로 데드라인을 정하여 마감 압박감을 조성한다.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집중하여 작업하게 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기법은 조금 미묘하기는 하다. 데드라인은 일이 완성되기까지 계속적으로 미완성의 신호를 보내는 수단이다.
2. 습관 형성
- 새로운 습관 만들기 :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싶을 때, 처음부터 완벽하게 완결하기보다는 작은 단계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매일 운동하기를 목표로 한다면 처음에는 10분만 운동하고 점차 시간을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 습관 기록 : 습관을 기록하도록 한다. 습관 트래커 앱을 사용하거나 달력에 체크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각적으로 확인하면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다. 습관 트래커는 완성으로 나아가는 단계, 즉 아직 미완성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3. 학습 및 업무 효율 증대
- 뽀로도모 기법 활용 : 25분 동안 집중해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5분간 휴식을 취하는 방식을 반복한다.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하여 작업하고 짧은 휴식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러 미완의 단계를 만들어 더 큰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 미완성 상태로 두기 : 중요한 작업을 할 때, 완벽하게 마무리하기보다는 일단 미완성 상태로 두고 다음에 이어서 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이렇게 하면 다음에 다시 작업을 할 때 더욱 집중하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을 숙성의 과정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관계 형성 및 유지
- 미스터리 유지 :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기보다는 적절한 미스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는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계에 대한 흥미를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 약속 지키기 :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신뢰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상대방은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다음에는 꼭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5. 취미 생활
- 새로운 취미 시작 :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그 취미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특히 취미의 경우에는 불완전한 상태가 흥미를 유발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부족함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 미완성 작품 남겨두기 : 그림, 글쓰기 등 창작 활동을 할 때, 완벽하게 마무리하기보다는 미완성 상태로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다음에 작업을 할 때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까지 자이가르닉 효과와 관련된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은 보통 무언가 시작했으면 완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미완성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님도 알아야 한다. 진척되지도 않는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는 일단 휴지기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이라는 것도 숙성과정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잠시 멈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문득 해결책이 생겨나는 경우가 꽤 많다. 숙성이라는 것 말고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자이가르닉 효과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고 실생활에 적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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