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전략'이란 용어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다. 전략이라는 말만 붙으면 뭔가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모양새가 되곤 한다. 이 시점에 드는 의문이 있다. 우리는 전략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간단하게나마 전략의 본래 의미부터 살펴보자.
전략이라는 용어의 유래
전략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Strategy는 '장군의 기술(art of general)이라는 의미로 처음 등장했다. Strategy의 어원은 그리스어 strategos인데 '장군', '군대의 지휘관'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다. 군대라는 뜻의 stratos와 지도자란 뜻의 agos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다. 이후 전략이란 용어는 군사용어로써 장군이 상대 군대를 격퇴시키기 위해 군대를 포진하고 운용하는 계획이라는 의미로 쓰였으며, 18세기말까지 이런 의미로 통용되었다. 오늘날 전략 개념은 전쟁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국가행정, 외교, 기업경영, 개인관리 등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었는데, 이때 전략은 통상적으로 '목표(ends)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means)을 동원하는 방법(ways)'으로 정의된다.
어원과 이후 쓰임, 그리고 현대적 관점을 첨가해 보면 전략의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 장기적인 관점 :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다.
- 전체적인 상황 고려 : 외부환경, 내부자원, 경쟁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고려해야 한다.
- 유연성 :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 집중 :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목표달성에 집중해야 한다.
전략 개념의 흐름
이제 경영분야에서의 전략에 대해 살펴보자. 그전에 전략의 개념이 군사 분야에서 경영학 분야로 흘러오는 과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군사적 기원 : 앞에서도 보았지만 전략의 뿌리는 군사 작전에 있다. 고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과 예측, 그리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수적이었다. 손자병법과 같은 고전 병법서들은 전략의 기본 원리를 제시하며, 오늘날에도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원리를 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 기업경영으로의 확장 : 산업혁명 이후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했다. 20세기 중반, 알프레드 D. 채들러와 같은 학자들은 기업의 성장과 전략의 관계를 연구하며 경영 전략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했다.
- 현대 경영전략의 다양성 : 현대 경영 전략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글로벌화, 디지털 전환, 지속 가능성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혁신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마케팅 전략, 인사 전략, R&D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영에서의 전략
경험적으로 볼 때, 경영전략은 대개 경영계획(Business planning)을 의미한다. 경영계획은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어떤 경쟁우위를 확보하며, 어떤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나타낸다.
요즘 상황을 보면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략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 :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은 미래를 예측하고 위험을 관리하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를 가능하게 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경쟁우위 확보 : 경쟁자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립할 수 있도록 한다.
- 자원의 효율적 배분 :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최대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조직 구성원의 통합 :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조직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경영전략은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요즘은 워낙 여기저기에 전략이라는 용어를 붙이다 보니 전략의 형태가 너무나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전통적으로는 포괄하는 범위의 수준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즉, 회사 전체를 포괄하는 기업 수준의 전략, 사업부 수준의 전략, 그리고 각 사업부의 기능별 전략이 그것이다. 만약 회사 내에 별도의 전략사업단위를 두고 있지 않다면 기업 수준의 전략과 기능별 전략, 두 수준의 전략으로 구성될 것이다.
기업 수준의 전략(Corporate strategy)
기업 수준의 전략은 어떤 시장에 진출해 경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조직 전체의 장기적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전사적 자원 배분 의사결정을 다룬다. 흔히 기업 인수합병, 기존 사업의 분할과 매각, 새로운 산업에의 진출, 각 사업 단위 간 시너지 창출 방안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업부 전략(Business strategy)
여기서 다루는 사업부는 자율적 운영권을 가진 전략적 사업단위(Strategic Business Unit: SBU)를 말한다. 사업부 전략이란 SBU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제품개발, 원가절감 방안, 차별화 방법 등이 전략수립의 대상이다.
기능별 전략(Functional strategy)
기업에서 기능이란 생산운영관리, 마케팅관리, 인적자원관리, 재무관리 등과 같이 사업 수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각종 영역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능별 전략이란 대개 각 기능이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의사결정을 말한다. 가령, 투자자금과 운영자금을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하는 문제는 재무관리 분야의 중요한 전략적 문제다.
경영학에서 전략은 대단히 중요한 주제이지만 위치가 확고하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필수적인 경영학의 한 분야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경영전략을 별도의 분야로 가끔 다루기도 하지만 각 분야에서 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조직론에는 인사전략 및 조직전략, 생산운영관리에서는 생산전략 혹은 원가전략, 재무관리에서는 재무전략 혹은 투자전략 등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전략은 각 경영 분야를 초월한다고 할 수 있다.
여러 분야에서 전략이라는 용어만큼 무분별하게 쓰이는 용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엄밀한 용어 사용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전략과 관련하여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엄밀한 정의가 수반되지 않은 용어 사용은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아무 의미 없이 사용하다 보면 쓸모없는 용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략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는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전략은 '목표(ends)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means)을 동원하는 방법(ways)'이다. 이게 전략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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