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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론의 한계효용과 가치함수, 그리고 가격과의 관계

by 불꽃유랑단 2024. 3. 10.

전망이론은 행동경제학의 기본이자 전제라고 할 수 있다. 고전경제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경제현상을 설명해 준다. 소비에 관한 예외적인 의사결정 이유를 설명해 주기 때문에 마케팅에 자주 활용되고. 더불어 가격 책정에도 많이 참고된다. 오늘은 전망이론의 기본 개념과 가격이론에서의 활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흥미로운 이론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가 보자.

 


 

전망이론의 기본 개념

한계효용이론은 경제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론이며 지금까지도 경제학의 중요한 원칙 같은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한 단위의 상품이 소비될 때마다 상품의 단위당 효용은 줄어든다. 그러나 이 이론에서는 양수의 한계효용만 제시하고 부정적인 음수의 한계효용은 구분하지 않는다. 전망이론을 만들어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긍정적인 한계효용과 부정적인 한계효용은 비대칭적이라고 주장했다. 전망이론은 양수의 한계효용과 음수의 한계효용을 구분한다. 만약 음수의 한계효용을 한계손실이라고 부른다면, 양수의 한계효용과 비슷하게 한계손실은 손실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감소한다. 그러나 손실과 이득의 절대적 크기가 같다고 하더라도 손실에서 나오는 음수의 한계효용은 같은 크기의 이익에서 나오는 양수의 한계효용보다 크다. 즉, 우리는 손실과 이익이 그 자체로는 같은 상황에서도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 점이 전망이론의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는 이익과 손실이 동일한 금액이라면 손실에 의한 고통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회피효과를 야기하며, 동일한 내용이라도 질문을 어떤 틀로 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는 프레이밍효과도 발생시킨다. 

 

전망이론에서의-가치함수-그래프
전망이론의 가치함수는 동일한 금액에서 보이는 효용이 양수와 음수에서 비대칭적이다(출처: KDI)

 

 

전망이론과 가격에의 응용

전망이론은 가격이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합리적 소비자를 가정한다면 사실 가격에 대한 이론은 단순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전망이론에서 밝힌 이익과 손실에 대한 비대칭성으로 인해 가격이론은 훨씬 복잡해지고 정교해졌다고 할 수 있다. 

 

전망이론에서의 가격과 효용의 관계

전망이론과 가격이론과의 관계를 보기 전에 먼저 이러한 전제가 필요하다. 가격을 지불하는 행위는 음수의 효용을 가져다주고, 구매행위는 양수의 효용을 만들어 낸다. 동일한 크기의 음수효용과 양수의 효용이 대칭적으로 교환된다고 볼 수 있다. 고전경제학의 시각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망이론의 입장은 다르다. 통상적으로 이득과 손해에서 나오는 효용은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효과를 불러온다. 카너먼의 실험이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해 준다. 실험내용과 결과를 조금 각색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겠다. 학생들을 무작위로 두 집단 A와 B로 나눈다. A집단에게는 파란색으로 학교로고가 새겨진 흰색의 머그컵을 나눠준다. 그 머그컵의 가격은 1만 원 정도 되는 것이었다. B그룹에게는 머그컵을 주지 않았다. 대신 머그컵을 A그룹 학생들로부터 살 수 있도록 했다. A그룹은 판매자, B그룹은 구매자의 위치가 된 것이다.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판매할 가격을 제시하도록 했고, B그룹 학생들에게는 구매하고자 하는 가격을 제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 판매자인 A그룹 학생들이 제시한 평균가격은 11,870원이었고, B그룹 학생들이 제시한 평균가격은 4,780원이었다. 두 그룹이 각각 제시한 가격이 왜 이토록 큰 차이를 보였을까? 두 그룹 간 머그컵의 예측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판매와 구매 행위에 앞서서 제시가격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전망이론에서는 이 현상을 소유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가진 무언가를 포기하는 데서 발생하는 음수의 효용은 그로 인해 얻을 때 발생하는 양수의 효용보다 훨씬 크다. A그룹이 포기해야 하는 것은 머그컵이었고, B그룹에게는 돈이었다. 음수의 효용에 더 민감했기 때문에 서로의 가격차이가 크게 벌어졌던 것이다.    

 

전망이론과 상기효과

전망이론은 가격뿐만 아니라 소비와 관련된 여러 현상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해 준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소비를 절제하려 한다면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라는 말이다. 전망이론에 의하면 현금으로 지불할 때 음수의 효용이 더 커진다. 실제 행동경제학자들이 대량의 개인거래기록을 분석한 결과, 자신의 지출 상황 전반을 파악하고자 하는 소비자일수록 신용카드 사용을 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를 '상기효과'라고 불렀다. 신용카드 사용이 매력적인 이유는 신용카드 지불은 우리 주머니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용카드 지불은 직접 판매자에게 물리적으로 돈을 건네지 않는다. 이에 따라 우리는 신용카드로 계산할 때 훨씬 작은 음수의 효용을 경험한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카드 사용을 더 부추기기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해 놓고 있다. 포인트 적립, 할인, 각종 우대혜택을 통해 양수의 효용을 만들어 내 음수의 효용을 상쇄시킨다.   

 

캐시백 효과

캐시백 효과도 전망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고전경제학에서 보면 캐시백은 이상한 가격체계다. 결국 지불하는 금액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거래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어떤 자동차의 가격이 5천만 원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거래 조건으로 3백만 원을 돌려준다고 한다. 어떻게 이러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5천만 원을 지불하는 행위는 상당한 정도의 부정적 효용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차에 의해 긍정적 효용으로 상쇄된다. 그에 더해 3백만 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으면서 긍정적 효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러한 가격 조합은 4천7백만 원으로 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큰 총효용을 지각하도록 한다. 이 시점에 음수의 효용도 한계효용의 법칙을 따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4천7백만 원과 5천만 원의 음수효용이 커지지만 한계효용으로 인해 완만해지는 기울기를 가질 수 있다. 만약 신용카드로 차 가격을 지불하고 현금으로 캐시백을 받는다면 긍정적 효용은 한층 더 커질 것이다. 아주 다양한 할인 전략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효과를 거둔다. 

 

전망이론과 가격할인

캐시백 효과는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가격 효과도 있다. 많은 제품들이 출시될 때 책정된 가격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 누구도 지불하지 않는 가격이 되는 것이다. 많은 제품들이 처음부터 할인을 시작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할인을 지속하게 된다. 결국 당초의 가격을 받는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애초에 실제 받을 금액을 가격으로 설정하지 않는 것일까.  1만 원짜리 상품을 25% 할인해서 7천5백 원에 판다고 하면, 그냥 7천5백 원으로 가격을 표기하고 팔면 안 되는 것일까. 전망이론 입장에서는 가격할인은 추가적 효용을 제공한다. 마트에 가보면 할인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상품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 때도 있다. 경험적으로 소비자 심리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가격효과를 활용하는 대표적 판매는 아마 자동차일 것이다. 일단 고시가격을 내놓지만 그 가격 그대로 자동차를 파는 일은 거의 없다. 수입자동차의 경우는 더 심하다. 이러한 가격구조를 유지하는 이유는 대개 세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 할인을 할 거면서 굳이 높은 가격을 고시하는 이유는 가격이 자동차의 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매한 가격보다 고시된 가격으로 자동차의 가치를 따지게 된다. 독일 자동차 3사의 고시된 가격은 비슷하지만 실제 구매가격은 평균적으로 벤츠가 가장 높다. 두 번째 이유는 가격 차별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 판매자는 구매자마다 다른 할인조건을 제시한다. 판매자의 역할은 최대한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최대한 작은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고객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주는 셈이다. 마지막은 이제까지 봐온 전망이론적 접근이다. 협상을 통해 가격할인이 이루어지면 구매자에게 또 다른 효용을 제공한다. 그 할인 폭이 실제로는 크지 않더라도 협상을 통한 가격 할인은 그것만의 만족감과 효용을 준다.   

 

지금까지 전망이론의 기본 개념과 전망이론에 근거한 여러 가격효과에 대해 살펴봤다.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례들을 중심으로 봤다. 몇 가지 전형적인 사례만 본 것이므로, 이것으로 전망이론과 관련된 가격효과를 모두 설명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 외에도 많은 효과들이 있고, 지금도 연구되고 있다. 앞으로 한 차례 정도 더 전망이론에 대해 살펴볼 생각이다. 전망이론과 가격에 관련된 특이한 사례들과 전망이론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보려고 한다. 전망이론, 그리고 행동주의경제학이 흥미로운 것이기는 하지만 고전경제학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현상을 설명해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체 학문이 아니라 보완 학문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면서 한 쪽으로 심하게 경도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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