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조직에서의 지식창조 과정 : 노나카 이쿠지로의 SECI 모델

by 불꽃유랑단 2024. 6. 26.
반응형

조직 내에는 사실 많은 지식이 축적되어 있다.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 지식 중 많은 부분이 암묵적 측면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 업무의 전수도 암묵적인 형식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형식적인 업무 문서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듯 큰 소용이 없다. 중요한 지식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이전된다. 어쩌면 이런 것이 지식경영의 핵심 소스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보자.


 

조직에서 학습은 의외로 중요한 요소다. 학습은 개별 인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도 학습이 가능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데, 조직에서의 학습은 개인 학습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조직학습은 조직에서의 문제해결 능력 향상을 위해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서 각자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노하우가 공유되고 확산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이렇게 학습이 이루어지는 조직을 '학습조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학습이 지식의 공유와 확산을 통해 조직학습으로 확대되고, 또 이러한 체계의 반복과 습관화를 통해 학습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한때 지식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 지식경영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학자 중 '노나카 이쿠지로'가 있다. 그는 지식경영 분야를 집대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이론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지식경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노나카 이쿠지로의 지식창조 과정 : SECI 모델

노나카 이쿠지로는 숫자나 언어로 표시되어 공유가 쉬운 객관적 지식을 '형식지(explicit knowledge)'라고 하고 학습이나 체험, 그리고 경험을 통해 이미 습득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했다. 형식지의 대표적인 예는 문서화된 매뉴얼을, 암묵지의 대표적인 예는 흔히 말하는 노하우를 들 수 있다.

 

노나카의 연구 핵심은 형식지와 암묵지가 어떤 과정으로 변환되는지에 있다. 조직구성원들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형식지와 암묵지를 교류하고 확산시키는 조직학습은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구성원 간 암묵지를 공유하는 사회화(Socialization), 지실을 현실 속에서 형식자화하는 외부화(Externalization), 각자 보유한 지식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과정의 연결화(Combination), 공유와 통합 과정을 거친 지식을 개인의 암묵지로 만드는 내면화(Internalization)가 그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노나카는 조직에서의 지식창조 과정으로 봤다. 

 

이처럼 한 조직 내의 지식이 명시적인 측면과 암묵적인 측면을 순환한다는 이론을 지식순환이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노나카 이쿠지로는 자신의 저서 "지식창조기업"을 통해 이 같은 SECI모델을 전개했다. 여기서 'SECI'는 암묵지와 형식지 간 변환과정에서 나오는 각 과정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SECI 모델은 과학철학자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의 암묵적 지식(tacit knowldege) 개념에 기초해 있다. 노나카의 이론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은 배경에는 폴라니의 철학적 배경이 있다. 폴라니의 학문적 업적 중 하나는 인간의 지식이 무엇인지 그 범주를 새롭게 밝혔다는 데 있다. 폴라니는 "우리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 지식은 명시화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식도 존재한다. 폴라니가 말한 암묵적 지식은 우리가 매일매일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과 관계가 있으며, 외부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해 가면서 얻어나가는 삶의 방식에 가깝다

 

폴라니의 이론에 대한 논의는 이 정도로 마치려고 한다. 그의 이론은 철학적인 깊이가 있어 난해한 측면이 있다. 암묵적 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과학철학까지 아우른다. 어쨌든 폴라니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 과학철학적 이론을 경영학 분야에 접목시킨 것이 바로 노나카의 SECI 모델이다. 

 

노나카의 이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직에 소속된 개개인이 갖고 있는 암묵적 지식을 순환시켜 축적 및 증폭시킬 때 조직의 역량이 증가하게 되며 새로운 지식의 창조가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직원들이 갖고 있는 업무 경험 등의 암묵지는 분명히 조직의 자산이다. 이 자산이 조직에서 확실하게 축적되어야 조직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만약 직원들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엄청나게 중요한 자산을 방기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노나카폴라니의 이론을 대폭 수용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이 순환적으로 변환하며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덧붙여 이론을 완성했다.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이 만나는 지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 순간에 암묵적 지식이 명시화되고, 명시적 지식이 암묵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노나카는 '지식변환(knowldege conversion)'이라고 명명했다. 

 

노나카-이쿠지로의-SECI-모델
노나카 이쿠지로의 지식변환 과정을 묘사한 SECI 모델

 

지식변환은 지식을 창조하기 위한 프로세스의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4가지 유형을 보자.

 

지식변환 메커니즘 : 4가지 유형

사회화(socialization)

지식의 경험적 측면으로 암묵적 지식에서 암묵적 지식으로의 변환을 의미한다. 이는 신체를 통해 암묵적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신체를 통하는 것이므로 시공간의 제약을 받아 변환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이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사제관계, 도제관계에서의 지식전수, 테크닉 등이 있다. 

외부화(externalization)

암묵적 측면에서 명시적 측면으로 변환하는 유형이다. 의식의 수면 아래 있던 노하우를 언어나 그림 같은 것으로 표현하는 과정으로서, 노나카는 대화나 은유 등의 특수한 언어적 방법론을 활용해서 조직의 지식을 명시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외부화는 SECI 모델에서 제일 중요한 목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연결화(combination)

명시적 측면에서 명시적 측면으로 변환되는 단계다. 이는 언어나 그림 등으로 외부화된 지식을 조합하고 가공하는 과정이다. 기존의 서류나 문서 혹은 데이터베이스를 분류하고 조합하며 편집하는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

내면화(internalization)

명시적 측면에서 암묵적 측면으로의 변환을 말한다. 지식의 실천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조합되고 가공된 문서상의 지식을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며, 명시적 지식이 조직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용되는 동안에 나타나게 된다. 공유와 통합 과정을 거친 지식을 개인의 암묵지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위와 같은 메커니즘의 핵심은 '어떻게 해야 암묵적 지식을 명시적 지식으로 외부화할 수 있는가'이다. 노나카는 각자가 갖고 있는 암묵적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공동체험을 강조한다. 그 수단개인적 경험을 언어적으로 외부화하는 은유, 개인적 경험을 시각화하는 디자인, 개인적 경험을 체계적인 인과적 연결망으로 추상화하는 체계적 사고를 거론했다. 

 

 

노나카 이쿠지로의 SECI 모델을 대략적으로라도 살펴보니 이전까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지식경영의 본모습이 실체를 드러내는 것 같다. 지식경영의 유행은 사실 지나갔지만 그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지식정보사회의 진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 조직 내 지식의 자산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막연하게 경영에 있어 지식이 중요하다 정도가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공식화하고 표면화하는 과정이 지식경영이라는 지적은 놀라운 통찰을 준다. 조직원들이 갖고 있는 암묵적 지식을 조직의 자산으로 바꾸어 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본래 의미의 지식경영을 실천해 보자. 실로 중요한 경영과제라고 생각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