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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존속해야 하는가?

by 불꽃유랑단 2024. 5. 25.

현대사회에서 기업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과거보다 무척 다양해졌다. 고객가치 창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 ESG 등 일일이 열거하기 벅찰 정도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은 기업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업은 소멸할 수밖에 없는데, 연명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른바 '좀비기업'이다.


 

'좀비기업'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좀비처럼 생명력을 상실한 채 그저 버티기만 하는 기업을 말한다. 좀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을 의미한다. 좀비처럼 자체 능력으로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지만, 정부나 은행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기업인 것이다. 기업의 기본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윤을 창출할 수 없는 기업은 생명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좀비기업이라는 용어는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1990년 거품경제 붕괴로 수많은 일본 기업들이 좀비 상태에 빠졌다. 일본정부는 대규모 실직 상태 등 부작용을 우려하여 정부와 채권단을 동원해 각종 금융지원을 했다. 그 결과 은행자금은 부실채권을 떠않게 됐고, 우량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있는 재원이 고갈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이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고 우량기업이 오히려 경영난을 겪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좀비기업 문제는 꽤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법인세 신고를 기준으로 하면, 순이익이 0원 이하인 기업이 전체 법인 중 30%가 넘는다고 한다. 부실기업 정리 문제는 언제나 경제계의 뜨거운 이슈다. 경제논리로만 본다면 정리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고용문제와 지역경제 문제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래서 국민 혈세로 사실상의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사실 기업은 창업과 성장, 쇠퇴로 이어지는 나름의 생명주기를 갖고 있다.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정책은 산업 생태계의 신진대사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경제활력도 떨어뜨린다. 적지 않은 고통이 따르지만 좀비기업으로 판단되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도 일종의 혁신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한국의-좀비기업-실태를-보여주는-한국은행-자료
2022년 이자보상비율율 100% 미만인 이른바 '좀비기업'이 40%가 넘는 것으로 발표됐다(한국은행)

 

이제 좀비기업의 특징, 발생 원인, 영향 등에 대해 정리해서 알아보자.

 

좀비기업의 일반적인 특징

좀비기업의 전형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영업이익보다 이자 지급액이 더 많음 : 벌어들이는 돈보다 빚의 이자를 갚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는 상황이다. 이 경우, 오래가면 더 많은 빚을 져서 결국 파산하게 된다.
  • 낮은 이자보상비율 : 이자보상비율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으로 얼마나 많은 이자를 갚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좀비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100% 미만이다.
  •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에 의존 : 좀비기업은 스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연명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경제적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

 

좀비기업 발생 원인

좀비기업 발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크게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경영실패

  • 잘못된 투자 결정 : 기업의 경영진이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하거나, 미래 성장 가능성이 없는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막대한 부채로 이어져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 비효율적인 경영 : 경영진의 무능이나 부패, 과도한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경영이 이루어지는 경우, 생산성저하되고 경쟁력약화되어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 갑작스러운 경제 상황 변화 : 금융 위기나 경기 침체와 같은 갑작스러운 경제 상황 변화는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고 부채를 늘려 좀비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

정부의 부적절한 지원

  • 금융 지원 : 정부가 부실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과도한 금융 지원을 하는 경우, 도덕적 해이초래하고 좀비기업의 생존을 오히려 유지시킬 수 있다. 이는 경제적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건전한 기업 경쟁저해한다.
  • 규제 완화 : 정부가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너무 많이 완화하는 경우, 기업들이 경영 투명성소홀히 하고 위험 관리제대로 하지 않아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구조적 문제

  • 산업구조 변화 : 특정 산업의 시장 규모축소되거나, 새로운 기술 등장으로 인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경우, 관련 기업들이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 노동시장의 경직성 : 노동 시장이 너무 경직되어 실적악화로 인해 존폐 위기에 몰려도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어려운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어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처럼 좀비기업 발생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좀비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 개선, 정부의 적절한 역할, 구조적 문제 해결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업의 자구 노력이다.

좀비기업의 해악

좀비기업은 경제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음은 대표적 사례다.

  • 경제 성장 저해 : 좀비기업은 자원을 낭비하고 생산성을 저하시켜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또한, 금융시스템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 일자리 감소 : 좀비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고용문제 때문이지만 오히려 이런 기업들이 많아질 경우 투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
  • 도덕적 해이 : 좀비기업은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 오랫동안 시장에 머무르면서 우수한 기업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좀비기업 문제 해결

따라서 좀비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워크아웃 : 워크아웃은 금융기관과 기업이 협력하여 부채를 재구성하고 경영구조를 개선하는 절차이다. 채권단이 동의해야 가능한 절차다. 좀비기업을 회생시키고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 법정관리 : 법정관리는 법원의 감독하에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절차다. 워크아웃과 가장 큰 차이는 법원의 개입여부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워크아웃이 실패한 경우 법정관리를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거나 퇴출시키게 된다.
  • 자산 매각 : 좀비기업은 자산을 매각하여 빚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자구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매각 과정에서 자산가치가 저평가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 기업 간 합병 : 좀비기업은 우수한 기업과 합병하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아무리 좀비기업이라고 해도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좀비기업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되는 복잡한 문제다. 찬반양론이 있는 것이다. 위에서는 주로 좀비기업 퇴출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정리했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좀비기업 퇴출은 단기간에 많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여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고, 좀비기업이 지역경제의 주요 산업일 경우 지역경제에 심각한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 금융기관과 채권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처럼 좀비기업 문제는 경제, 사회, 윤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복잡한 문제다. 좀비기업 퇴출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은 아닐 수 있으며, 좀비기업 회생, 일자리 보호,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좀비기업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경제와 기업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좀비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적절한 프로세스를 통해 회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좀비'로 표현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는 회생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신중하게 써야 할 용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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