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야흐로 기업이 경제를 주도하는 시대다. 기업은 생산의 주체이면서 거대한 소비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일자리의 대부분을 제공한다. 그런데, 기업은 대부분 주식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주식회사'는 오늘날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형태다. 큰 규모의 기업은 거의 '주식회사'라고 봐야 하는데, 이러한 거대한 조직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초기 주식회사 형태의 출현
초기 회사 형태는 14세기 이탈리아 북부 도시국가에서 발견된다. 이들은 공동 사업을 위해 자본을 모으고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이후 이탈리아의 사업 모델이 16세기 경 영국으로 전파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자본 조달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을 모아 사업을 운영하는 '주식회사'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초기 주식회사의 모습은 곧바로 네덜란드로 넘어갔다. 1602년 세워진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최초의 주식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인도 무역을 위해 설립된 이 회사는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을 모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무역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의 주식회사 유래
우리나라에 주식회사가 처음 소개된 것은 1882년 유길준의 "회사 규칙"을 통해서였다. 개화론자였던 유길준은 서양 발전의 핵심요소를 주식회사 제도로 보고 그 제도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후 1896년 조선은행이 우리나라 최초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된 이래 한성은행, 대한천일은행, 부하철도회사 등이 설립되었으나 일제 식민지하에서 모두 도산하였고, 제대로 주식회사 제도가 정착된 것은 해방 이후였다.
주식회사 탄생 이유와 특징
위와 같은 배경을 보면 주식회사가 탄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해외 무역이나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본으로는 부족하고 많은 사람들의 자본을 모아야 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자본을 투자하면 개인의 손실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또한 이는 자연스럽게 주주가 바뀌더라도 회사는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게 하였다. 이러한 탄생 이유는 고스란히 주식회사의 특징이 된다.
- 유한책임 : 주식회사 출자자는 모두 유한책임만을 진다. 주주는 투자한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지므로 개인 재산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 즉, 개인 재산으로 회사의 채무를 변제할 의무는 없다.
- 주식발행 : 회사는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하고, 주주는 이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회사의 소유권 일부를 가지게 된다. 자본을 증권화함으로써 자본 출자와 회사가 편리하도록 만들었다. 1주당 1000원과 같이 출자 단위를 소액 균등화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출자할 수 있고, 이때 주식은 매매와 양도가 자유로운 유가증권의 성격을 갖는다.
- 법인격과 소유와 경영의 분리 : 주식회사는 개인과는 별개로 법인격을 가지므로, 주주와 회사의 책임이 분리된다. 자본이 증권화되자 출자에 참여하는 주주의 수가 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 현상이 나타났다. 주식을 보유한 다수의 소액주주가 회사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관심이 없고 배당이나 주식 매각에 따른 이익에만 흥미를 보이면서 전문경영인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주식회사 제도의 중요성
주식회사는 결과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새로운 사업 모델과 기술개발을 촉진하여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자연스럽게 주식회사 제도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오늘날 주식회사는 단순히 사업 형태를 넘어 현대사회의 경제 시스템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이 됐다. 주식회사의 탄생은 인류의 경제 활동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오늘날 기업은 세계 인구 81%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고, 전 세계 GDP의 94%를 책임지고 있다. 재정규모 순으로 하위 161개 국가의 연간 재정수입의 합산 금액은 월마트 하나의 매출액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세계 상위 10대 기업의 총매출액은 하위 100개국 GDP를 합친 것보다 많다.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수치들이다.
오늘날의 주식회사 제도의 원형
위에서 주식회사의 원형이 14세기 이탈리아 북부 도시에서 출현했다고 했지만 오늘날 주식회사의 토대는 1862년 영국의 주식회사법(Company Act of 1862)에서 찾아야 한다. 영국 의회가 이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누구나 자유롭게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도 주식회사 제도는 존재했지만 일부 특권층만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주식회사법 제정 이후 7명의 발기인이 회사 규정서에 서명하고 회사 소재지에 등기를 마치면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의 주식회사법은 이후 다른 국가에서 제정되기 시작한 주식회사법의 원형이 되었다.
회사라는 제도가 생겨난 이래 몇 백 년이 경과하면서 주식회사 형태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유는 자본이 주식을 단위로 구성된다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어 자본 집중이 용이하며, 주주가 유한책임을 지므로 사업손실의 위험을 제한할 수 있는 등 공동기업의 목적을 가장 충실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살펴본 대로 주식회사는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산업혁명을 촉발했으며, 새로운 사업모델과 기술개발을 촉진하여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앞으로 자본주의는 시대 흐름에 따라 여러 변화를 겪겠지만 주식회사 제도만큼은 꿋꿋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을 공부하기에 앞서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소상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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