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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저주 : 지식이 소통을 방해하는 인식 편향의 문제

by 불꽃유랑단 2024.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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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적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면 암담함을 느낄 때가 많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강의를 들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강의가 너무 많다. 이런 현상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을 지적하는 정확한 용어가 있다. 바로 '지식의 저주'다. 


 

'지식의 저주' 뜻, 유래, 사례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식의 저주'는 대학교 강의 현장에서 흔히 나타난다. 그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교수들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려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교수들은 너무 쉽게 '이 정도는 알겠지'하는 전제로 갖고 강의를 진행한다. 이런 식의 강의는 수업 내용을 오히려 더 어렵게 하기도 한다.  

 

'지식의 저주'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예도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한 사람이 표에 적힌 낱말을 보고 그 낱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몸짓으로 설명하여 맞추는 게임을 볼 수 있다. 게임을 하는 중에 설명을 하는 사람이 무척 답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지식의 저주의 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식의 저주'에 관한 대표적인 실험도 이와 유사한 것이다. 그룹을 둘로 나누고 한 그룹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노래를 듣지 못한 그룹 사람에게 책상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노래 박자를 들려주고 맞추게 하는 실험이었다. 실험결과 노래를 알고 있는 집단은 노래를 모르는 집단이 자신이 두드린 박자에 의해 노래를 맞출 것이라고 실제 결과보다 훨씬 높게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식의 저주'라는 말은 1989년 캐머러, 로웬스타인, 웨비가 쓴 경제학 논문 "경제환경에서 일어나는 지식의 저주"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이 논문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기존의 전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정보를 풍부하게 갖고 있는 경제주체와 정보가 부족한 경제주체가 거래할 때, 전자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논문은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는 주체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보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한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한 의사결정으로 손해를 초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식의 저주'는 많은 정보, 지식이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인식-편향인-지식의-저주
지식이 오히려 소통을 방해하는 "지식의 저주"

 

위의 논문 내용을 떠나 일반적으로 '지식의 저주'는 개인이 지닌 풍부한 지식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식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도 자신과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기 쉽다. 이로 인해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전문용어를 사용하거나,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고 생각하여 중요한 정보를 생략하거나 복잡한 설명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지식의 저주'가 발생하는 원인

그러면 지식의 저주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생각해 보자.

  • 인식편향 : 지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지식을 모르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 정보처리 과정 : 풍부한 지식은 사고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상대방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게 한다.
  • 의사소통 태도 : 전문가들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고, 상대방의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지식의 저주는 일단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방해하여 오해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업무 현장에서 부서 간의 벽을 만들기도 하고, 업무 경력 차이에 의한 지식 불균형으로 소통에 큰 장애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잘못된 업무 진행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식의 저주는 교육현장에서 특히 많이 발견된다. 교사와 학생 간에는 많은 지식 격차가 존재한다. 교사가 지식의 저주에 빠지게 되면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학습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지식수준이 높은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지식의 저주는 전문가와 대중 사이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전문가들이 일반 대중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전문지식이 사회에 적용되는 데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다. 실제 현장에 반영해야 하고, 실행해야 하는 주체에 지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상은 무척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저주라고 할만하다. 

 

'지식의 저주' 극복 방법, 그리고 다른 측면

지식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의사소통을 할 때, 자신의 지식수준을 낮출 필요도 분명 있다. 상대방의 지식수준과 경험을 고려하여 의사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전문용어를 최소화하는 설명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해야 한다. 명확하고 간결한 설명도 중요할 것이다.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일수록 그 자신도 용어의 본 뜻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야말로 특별한 재능이다. 적극적인 피드백도 지식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을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의 솔직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식의 저주는 관점의 문제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지식의 독선도 분명히 유의해야 한다. 자신의 관점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식의 저주는 우리가 아주 흔하게 겪는 현상이다. 그러나 앞에서의 주된 논의와는 달리 지식을 전달받는 사람의 문제도 지적해야 마땅하다. 이제까지 지식의 저주를 정보나 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주체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주로 설명했지만 사실, 문제는 지식의 전달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신문에서 기사를 쓰면서 모든 경제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제기사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 학습은 독자의 몫이다. 지식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전달자 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식의 저주는 풍요로운 지식의 어두운 면이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지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시켜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식을 수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지식 간극을 좁히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식과 정보 소통의 질이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 용어의 존재는 무척 중요하다. 지식의 저주라는 개념을 알고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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