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업들의 성공요인을 밝히려는 연구는 과거부터 많이 이루어졌다. 그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책 중의 하나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일 것이다. 이 책의 원제와 꽤 동떨어진 한국판 제목이지만 그래도 비전을 가진 기업들의 특징을 밝히고 있으므로 아주 엉뚱한 제목은 아니다. 비전을 가진 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한번 들여다보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두말할 필요 없이 너무나 유명한 경영이론가이자 대중 경영서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짐 콜린스는 어떻게 하면 좋은 기업,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오랜 기간 진행했고, 그 결과를 동명의 책으로 출간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으로 짐 콜린스는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많이 사람들이 접해봤을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이다. 지금껏 짐 콜린스의 이론들을 단편적으로 다룬 적은 있었지만 책 내용 자체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살펴본 적은 없었다. 그의 저작은 뻔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영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영감을 주는 이유는 경영의 원칙을 재확인시켜주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콜린스는 1990년대 초반에 동료인 제리 포라스, 연구진들과 함께 P&G, 디즈니, 보잉 등 18개 기업을 조사했다. 18개 기업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명확하고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정된 것이었다. 먼저 그들은 연구를 통해 경영계에 퍼져있는 일종의 신화들이 어떤 오류를 가지고 있는지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몇 가지 예다.
비전 있는 기업에 씌워진 신화와 진실들
위대한 기업은 엄청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비전이 충만한 회사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대개 계획과 아이디어가 전무한 경우가 많았다.
비전 있는 기업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있다(?)
사실이 아니다. 리더십을 다룰 때마다 반복적으로 지적한 대로 카리스마는 리더십의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비전을 가진 사람이던 아니던 모두를 포용하고 끌고 갈 수 있는 힘이다.
비전 있는 기업은 서로 유사한 핵심가치를 갖고 있다(?)
잘못된 말이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서로 다른 핵심가치를 갖고 있다. 사실은 가치 자체보다 구성원들이 그 가치를 얼마나 믿고 행동의 지침으로 삼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뛰어난 기업들은 안전성을 우선 시 한다(?)
아니다. 업계에서 빼어난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은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 좋아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의욕으로 넘친다. 원대한 목표는 성공가능성을 크게 낮춘다. 안전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사람들은 비전 있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비전 있는 기업은 대개 강한 이념 지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것을 강하게 열망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혐오할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보통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거나이다.
성공은 뛰어나고 아주 복잡한 전략의 결과물이다(?)
사실과 많이 다르다. 보통 성공한 기업들은 많은 실험을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 처음부터 뛰어난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성공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뛰어난 기업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뛰어난 기업들은 경쟁 보다 스스로의 성과를 중시한다. 경쟁은 이차적인 문제다. 스스로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콜린스는 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신화가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기업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인가. 그는 당연하게도 이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간추려 보겠다.
Built to Last 기업들의 주요 특징
BHAG(Big Hairy Adacious Goals)
콜린스가 이야기한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BHAG'는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열정 있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러나 기업의 목표가 원대하고 대담하기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자사의 핵심역량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성과와 연결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초기 목표는 '모든 가정에 컴퓨터 한 대'가 목표였다. 포드는 어떤가. 목표가 무려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는 '자동차의 민주화'였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
비전 있는 기업들은 대개 자신들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조직문화는 여러 가지 기능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부심도 심어준다. 이는 당연히 조직에 대한 헌신으로 이어진다. 비전 있는 기업 중에는 신입사원 교육에 특별히 신경 쓰는 곳이 많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기업의 이념에서부터 장기비전까지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비밀결사 입회식을 방불케 한다.
내부에서 발탁된 최고경영자
비전 기업들은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하기보다 조직 내에서 발굴해 낸다. 최고경영자를 스스로 키워내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키워낸 최고경영자는 중요한 장점을 갖고 있다. 최고 장점은 조직의 핵심가치를 보존하고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바로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전 있는 기업은 비전 있는 최고경영자를 키워낸다.
시행착오에 열린 자세
비전 있는 기업은 시행착오에 진심이다. 실행을 통해 성공하면 바로 채용하고 실패하면 버리면 그만이다. 실행 자체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자세로 인해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성공과 실패는 실험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실험은 실험일 뿐이다. 그리고 실험을 한다는 자세는 엄격한 자세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직한 평가를 가하게 되고 사적인 개입을 막는 역할도 한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
비전 있는 기업에는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안주하는 마인드 자체가 없다. 언제든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성공을 이루어 냈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더 뛰어난 성과를 내려고 집중한다.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객관적인 태도로 성과를 평가하려고 한다. 성과를 평가하다 보면 개선해야 할 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미래의 목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것은 성공을 부르는 일종의 프로세스다.
지금까지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의 책 "Built to Last"의 핵심 내용을 다뤘다. 책 제목대로 라면 '견고하고 오래가는 기업'의 특징을 다뤘다고 해야 할 텐데, 책에서 다룬 기업들이 지금까지 모두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비판한 대한 짐 콜린스의 대답은 자신이 제시한 특징들은 여전히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다룬 당시 성공했지만 이내 몰락한 기업은 그 성공의 특징들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는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억지 같기도 하지만 타당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류의 책은 사실 많다. 그런 책들에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의 요인을 어떻게 제대로 밝혀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면 성공한 기업을 제대로 베끼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도 의문이다. 그러니까 이런 류의 책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여러 사례들에서 상식적인 원칙을 재확인하고 일종의 영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얻을 것은 얻고, 배울 것은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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