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초격차 전략이라는 말이 있다. 초격차란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 차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특별한 전략이 있는 것일까? 핵심사항을 짚어가며 살펴보자.
오래전에 초격차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던 적이 있다. 이 말은 삼성전자에 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이 '초격차'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내 여러 신문사의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몇 년 전 이 책을 훑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인상적인 내용을 키워드 중심으로 메모를 해 놓은 적이 있다. 그 메모를 다시 보니 여러 사람들과 내용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메모된 키워드에 기억을 더듬어 살을 붙이고, 나의 생각을 더하여 핵심 내용을 음미해 보고자 한다.
크게 조직과 전략으로 나눠서 정리해 보려 한다.
먼저 조직이다.
초격차를 만들어 내는 첫걸음, 조직 만들기
초격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 조직을 완전히 새로 만들면서 최적의 조직을 셋업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셋업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조직도를 만드는 것이다.
일단 조직도를 새로 만들고 나서 부서명을 정해야 할 것이다. 이때 유의할 점은 부서명은 무조건 명확하고 심플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서명을 팬시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좋다. 부서나 팀명을 지을 때 흔히 멋진 이름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가령 지점을 개설하는 업무를 하는 부서라면 '지점개설부'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미래성장기반전략부', 이런 식으로 명칭을 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명칭을 들으면 무엇을 하지 부서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서를 만들 때 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부서의 역할을 구분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R&R(Role and Responsibility)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책임 소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실 조직에 명확하게 적용하는 작업이 만만치는 않지만 R&R은 조직 구성에 있어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요소임은 분명하다.
조직구조 논의에 있어 수평적 조직으로의 전환이 뜨거운 주제인 적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수평적 조직이 강조되어 왔지만 현시점에서 얼마나 수평적 조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수평적 조직은 속도경영과 연관이 있다.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최고 경영자에게까지 그리고 역으로도 신속하고 제대로 전달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수평적 조직인 것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수평적 조직 구축을 위해 여러 시도들을 해왔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정착된 회사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권위적 리더십에 주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평적 조직 구축은 반드시 리더십과 연관 지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조직 측면에서 또 하나 중시해야 할 것은 부서 이기주의의 타파다. 즉, 사일로를 파괴해야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협업이 중시되는 시대다. 성과를 낼 수 있는 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라도 부서 이기주의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면 부서 이기주의는 왜 생겨나는가 생각해 보자. 그 이유는 아마 조직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지나친 경쟁 구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경영자가 조장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경영자들은 본인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려고 부서 이기주의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이유는 너무나 많을 것이다.
다음으로 전략 차원에서 보자.
초격차 전략 : 본질에 집중하자
초격차를 위한 전략은 우선 냉철한 현실 분석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외부 환경뿐만 아니라 내부 역량도 아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실효성 있는 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 내부에서는 의외로 스스로 객관적 시각을 갖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한 이유로 외부 컨설팅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힘을 갖기 위해 예스맨만을 양산하는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또한 전략을 짤 때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벤치마킹을 하고, 결과를 자사에 적용하고 하면서 업의 본질을 망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업의 본질을 망각하면 자사에 맞는 유효한 전략을 수립할 수가 없다. 가령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절대적 품질 기준보다 상대적 우월함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현실적인 면을 고려할 때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베이스캠프를 튼튼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모험적인 전략도 확실한 캐시카우가 받치고 있어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다. 이미 확립되어 있는 캐시카우를 뒤흔드는 전략은 위험하다. 신사업 전략을 수립할 때 먼저 확실한 캐시카우의 뒷받침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조직과 전략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 고려사항도 보자.
그 밖의 초격차를 위한 고려사항 : 선택과 집중
먼저 선택과 집중이다. 적자 상태 부서들의 특징은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은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 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다. 불필요한 일에 매몰되어 있어 수익에 기여하는 진짜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적자사업부의 전형적인 현상은 시장수요와의 단절, 부서 간 의사소통 단절, 극심한 사내 정치로 인한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공격으로 나타난다. 잘못된 조직의 전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초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결국에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느낌이다.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면 좀 허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본질에 내재해 있을지도 모른다. 초격차를 만들어 내려면 무엇보다 기본이 강해야 한다. 또한 사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너무나 자명한 것이다. 우리가 속한 조직은 밑바탕과 본질에 눈을 돌려보자.
[Reference: 권오현, 김상근, 초격차, 쌤앤파커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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