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그런데, 신제품 출시를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할 여러 사항 중 하나가 카니발리제이션이다. 신제품이 자사 기존 제품 수요를 잠식하는 것을 말한다. 카니발리제이션은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숙고가 필요한 문제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카니발리제이션이란?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은 식인풍습을 뜻하는 "Cannibal"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마케팅 용어다. 식인종이 자신의 종족을 잡아먹듯이, 한 기업에서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나 기술이 기존에 그 기업에서 판매하고 있던 다른 제품이나 기술의 영역까지 침범하여 해당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기존에 출시한 스마트폰의 후속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경우, 이를 카니발라이제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 회사가 기존 게임의 후속 편을 출시하면서 기존 게임의 이용자가 감소하는 경우에도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은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출시할 때 카니발라이제이션의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타깃 고객층을 기존 제품이나 기술과 차별화한다.
-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가격을 기존 제품이나 기술과 차별화한다.
-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기능이나 성능을 기존 제품이나 기술과 차별화한다.
그런데, 카니발라이제이션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출시하여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경우,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오히려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사실 업그레이드 버전 제품의 경우 이전 제품을 카니발리제이션 하는 것인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긴 하다.
카니발리제이션 사례
이제 카니발리제이션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전형적인 사례는 아닐지 모르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고 싶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A 시리즈와 갤럭시 S 시리즈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갤럭시 A 시리즈를 출시했다. 갤럭시 A 시리즈는 출시 이후 적지 않은 인기를 얻으며, 갤럭시 S 시리즈의 판매량을 잠식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다이어트 콜라와 제로 콜라
코카콜라는 1982년 다이어트 콜라를 출시한 바 있다. 다이어트 콜라는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며, 기존의 코카콜라 판매량을 일부 잠식했다. 이후 코카콜라는 2005년 제로 콜라를 출시했는데, 제로 콜라 역시 다이어트 콜라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코카콜라 판매량을 지속 잠식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2010년 아이패드를 출시했다. 아이패드는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존의 아이폰 판매량을 일부 잠식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위의 예와 같이 카니발리제이션은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출시할 때 카니발라이제이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테크산업에서의 카니발리제이션
지금부터 카니발리제이션이 특히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테크분야에 한정해 살펴보려고 한다.
테크기업에게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테크기업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기존 제품이나 기술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하는데, 이러한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영역까지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구글은 기존의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출시해 왔다. 구글 지도, 구글 번역, 구글 플레이, 구글 클라우드 등은 기존의 검색 엔진과 관련된 영역에서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일으킬 여지와 위험이 상존한다.
테크기업이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통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
다만, 테크기업은 카니발라이제이션이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신제품 개발 시 카니발라이제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또한, 테크기업은 카니발라이제이션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을 단순히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진부화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의 출시를 통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카니발리제이션 최소화를 위한 방안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카니발리제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방안을 조금 더 구체화해보려고 한다.
타깃 고객층 차별화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타깃 고객층을 기존 제품이나 기술과 차별화하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고객층이 신제품이나 신기술로 이동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이 성능을 중시하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디자인이나 휴대성을 중시하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가격 차별화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가격을 기존 제품이나 기술과 차별화하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고객층이 신제품이나 신기술로 이동할 경우에도 기존 제품이나 기술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이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된 제품이라면,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고급형 제품으로 출시하여 가격 차이를 두는 것이다.
기능이나 성능 차별화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기능이나 성능을 기존 제품이나 기술과 차별화하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고객층이 신제품이나 신기술로 이동할 경우에도 기존 제품이나 기술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가령, 기존 제품이나 기술이 기본적인 기능만을 제공한다면,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추가적인 기능이나 성능을 제공하여 기존 제품이나 기술과 차별화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방안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출시 시기를 잘 선택한다
시장의 수요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출시하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고객층이 신제품이나 신기술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분석하고, 적절한 시기에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출시에 대한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장점과 가치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고객층이 신제품이나 신기술로 이동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를 위해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출시에 대한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니발리제이션을 완전히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카니발리제이션에 대한 현실적 생각
생각해 보면, 카니발리제이션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기존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를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총매출액이나 총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기존 제품의 카니발리제이션은 감수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제품 수요가 기존 제품에서 그대로 옮겨오는 것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신제품은 새로운 수요를 어쨌든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카니발리제이션을 감수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기존 제품에 대한 카니발리제이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현명함도 필요해 보인다. 선택 가능한 여러 대안이 있다면 꼭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카니발리제이션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총매출액이나 총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으면 카니발리제이션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카니발리제이션을 최소화하고 신규 수요를 최대한 창출할 수 있는 신제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케팅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은 자사 제품 간 존재하기 마련이다. 카니발리제이션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 숙고할 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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