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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Chasm): 혁신 기술이나 제품이 겪는 운명?

by 불꽃유랑단 2023. 7. 12.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의외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야 많겠지만,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유력한 이론 중 하나가 '캐즘' 이론이다. 기술 기업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는 '캐즘'에 대해 살펴보고, 아울러 한계점도 논해 보려고 한다.

 

 

'캐즘' 이론의 배경과 핵심 이론 구성

혁신적 상품이 초기에는 크게 성공하지만 메인스트림 시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가 '캐즘(Chasm)'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가 그의 저서 "Cross the Chasm"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후 초기 채택자(Early Adopters)와 대중시장(Mainstream) 간의 틈을 말한다. 캐즘은 서로 다른 지층이 이동하면서 지층 간 압력 차이로 발생하는 협곡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를 경영학에서 차용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제프리 무어는 벤처기업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을 목격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캐즘 개념을 활용하면서 경영이론으로 확립했다. 무어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사업 초기에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체에 빠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이것이 마치 캐즘 같다고 한 것이다. 캐즘은 기술발달 과정에서 기술과 시장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단절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무어는  기술이 시장에 수용되는 과정을 '기술수용주기이론(High-Technology Adoption Life Cycle)'으로 정립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특성에 따라 소비자 집단을 5개로 구분하였다. 5개 소비자 집단은 기술을 받아들이는 순서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열정적인 '혁신자(Venturesome Innovators)', 기술에 대한 관심과 경외심을 갖는 '선각자(Early Adoptors), '신기술 수용을 심사숙고하는 '초기 다수그룹(Early Majority)', 신기술 수용에 회의적인 '후기 다수그룹(Late Majority)', 전통기술에 집착하는 '지각 수용자(Laggards)'로 나뉜다.

 

이처럼 소비자 사이에서 기술 수용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종의 캐즘이 발생하는 것이다. 신기술이 시장에 소개되는 초기 시장에서는 신기술에 관심이 높고 위험 감수 의향이 있는 '혁신자'와 '선각자' 그룹은 구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주요 시장을 구성하는 나머지 소비자 집단은 기술의 혁신성 보다 실용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신기술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 다. 여기서 구매 시차가 발생한다. 그래서 많은 혁신 벤처기업들이 기술을 내세워 초기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도 주요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매출이 급감하거나 정체하는 캐즘 현상을 겪는다는 것이다. 

 

초기 채택자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가장 열정적이고,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대중시장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적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초기 채택자와 대중시장 간 의 틈을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기술수용주기-그래프
캐즘을 설명하는 기술수용주기

 

'캐즘' 이론의 한계와 추가로 고려해봐야 할 사항들

'캐즘'이론은 기술 기업의 마케팅에 적지 않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캐즘'이라는 것이 과학적인 기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는 신중해야 한다. 시각을 넓히기 위해 '캐즘'의 한계와 추가 고려점을 논해 보려 한다.

 

먼저 일반화의 한계다. '캐즘'은 기술 제품의 시장 성장과 수명주기에 대한 개념적인 모델로 제안된 것이다. 그러나 시장동향이나 기업의 상황에 따라서는 예측의 정확성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각 기업이 자체적인 분석과 평가를 통해 시장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시장분석의 한계다. '캐즘'이론은 시장의 세분화와 고객 세그먼트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술 시장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단순히 고객 세그먼트를 기반으로 한 전략만으로는 모든 상황을 포괄하여 보기 어렵다.

 

세 번째, 기술발전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즘'은 고정된 시장성장과 수명주기를 전제로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기존의 시장 성장 패턴을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새로운 기술동향과 시장변화에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혁신적 기술이 평범한 기술로 바뀌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 변동성의 무시를 들 수 있다. '캐즘'은 일련의 선형적인 단계로 시장을 분류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갖고 있으며,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제품을 수용하는 소비자들의 성향도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캐즘'은 기술수용주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제품의 시장성이 낮음이 판명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위의 시각들은 '캐즘' 이론을 보완하거나 다양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론을 좀 더 풍부하게 하려는 비판적 시각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캐즘'은 어쨌든 탁월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는 이론이다. 한계점들을 고려하면서 실제 기업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전략적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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