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이라는 개념이 여기저기서 흔하게 쓰이지만 이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코칭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은 티칭인 경우가 많다. 티칭과 코칭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코칭은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칭의 본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코칭과 티칭의 차이, 빌 캠벨의 코칭 철학
만약 어떤 직원이 최근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할 때, 무엇 무엇을 하라고 알려주면 이것은 티칭이다. 그 사람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엄연히 티칭이다. 반면에 코칭은 '그 사람에게 필요한 답은 그 사람의 내부에 있다'라는 개념을 전제하고 있다.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내부에 있는 답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기본적인 발상에서 티칭과 코칭은 무척 다르다. 코칭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람은 스스로 답을 찾아내면 의욕이 생겨 더 큰 능력이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코칭은 팀의 리더나 구성원 모두의 힘을 키우고 조직력을 높이는 유용한 방법론이다.
코칭에 대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책이 있다.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가 쓴 "빌 캠벨, 실리콘 밸리의 위대한 코치"다. 이 책의 주인공 '빌 캠벨'은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코치'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그는 공식석상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히 숨은 조력자로서만 활동했다. 2016년 세상을 떠났을 때, 추도식에는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 세릴 샌드버그, 팀 쿡 등 실리콘밸리의 거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빌 캠벨, 실리콘 밸리의 위대한 코치"는 캠벨의 코칭을 받은 구글의 경영관리자 3명이 그의 지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에게 코칭을 받은 수십 명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캠벨의 코칭 방법을 소개한 이 책은 최고의 코칭 바이블로 손꼽히고 있다. 그의 코칭은 지극히 인간주의적인 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인해 실리콘밸리는 의외로 인간주의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캠벨은 특히 신뢰와 팀워크를 중시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신뢰와 팀워크를 중시하는 코칭
모든 것의 기본은 신뢰다
캠벨은 성실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신뢰 관계를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팀은 구성원 서로가 자신이 취약성을 안심하고 드러내며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서로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감정적인 앙금을 남기지 않는다. 신괴 관계가 형성되면 의견이 다소 다르더라도 안심하고 상대방에게 맡길 수 있다. 이것이 최고의 팀이다. 따라서 팀을 만들 때는 먼저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캠벨은 신뢰를 쌓기 위해 다음의 3가지를 신경 썼다.
코칭을 받을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
모든 사람에게 코칭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코칭을 받는 쪽에도 자질이 필요하다. 캠벨은 코칭을 받을 자질을 갖춘 사람만 코칭했다. 코칭을 받을 자질이란 정직함, 성실함,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자세, 항상 배우려고 하는 의욕을 말한다. 코칭을 위해서는 자신의 취약성을 들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직함과 겸손함이 필요하다. 코칭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면 자신하게 정직해야 한다. 캠벨은 코칭 전에 코칭을 받을 자질이 있는지 상대방을 시험했다. 코칭을 받을 자질이 있는지를 먼저 본 것이다.
상대방에게 집중해 성의 있게 질문
코칭은 상대방의 내부에 있는 답을 이끌어내는 작업이다. 이것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캠벨은 코칭을 할 때 항상 상대방에게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상대방의 답을 지레짐작하지 않고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도록 유도했다. 이런 질문과 경청은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 상대방이 '내게는 힘이 있어'라고 느끼는 유능감, '나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어'라는 자율성,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라는 관계성을 높일 수 있다.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면 신랄한 말도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있다. 캠벨은 신랄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전했다. 그리고 코칭을 받는 사람에게도 솔직함을 요구했다. 이러한 자세는 캠벨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인한 것이다. 그는 39세까지 컬럼비아 대학의 미식축구팀 코치로 있었다. 그곳에서 리더의 자질이 팀의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경험으로 배웠다.
팀 우선 자세를 갖춰라
캠벨은 항상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며, 사람들에게도 팀 우선 자세를 갖추라고 늘 강조했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방법론을 보자.
문제 해결보다 먼저 '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캠벨은 다짜고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팀을 만드는데 힘썼다. 팀에 누가 있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파악한 다음, 적절한 팀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심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 한들 전문 분야가 아닌 이상 핵심을 빗나가기 일쑤다. 전문가를 찾아내서 팀을 꾸린 다음 맡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경험보다 '스킬과 마인드셋'
통상적으로 리더는 직원의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캠벨은 경험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을 경계했다. 미래의 결과를 만드는 데 잠재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사람의 스킬과 마인드셋을 보면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캠벨은 4가지의 자질을 요구했다. 다양한 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지성, 근면과 성실함, 그리고 끈질김이다.
작은 틈을 메우는 간단한 말 걸기
캠벨은 늘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작은 마음의 상처가 팀워크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켐벨은 사내 회의에도 자주 참석했는데, 회의에서 발언하는 사람뿐 아니라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의 반응도 항상 세심하게 살폈다. 그리고 회의 결과로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먼저 다가가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팀원에게 생길 수 있는 마음의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간단한 코칭 방법론을 보면 코칭은 상대방에게 신뢰받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캠벨 코칭의 바탕에는 상대방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애정을 쏟는 자세가 깔려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다. 이것은 코칭의 당연한 이치다. 코칭은 팀의 힘을 높이면서도 항상 겸손함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코칭이란 세상사는 사람의 이치와 닮아 있다. 관심과 애정, 그리고 겸손함이 좋은 코칭을 가능하게 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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