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10대 청소년들이 기껏 모여 서로 문자로 소통하는 장면을 담은 코미디물을 본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저 웃고 넘겼는데, 이게 웃어넘길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콜 포비아'라는 용어까지 생긴 걸 보면 꽤 심각한 현상으로 보인다. Z세대 5명 중 2명은 자기 스스로 '콜 포비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는 조사를 접하니 그 심각성이 느껴진다.
'콜 포비아'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긴장, 불안, 두려움 등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낯선 사람과 통하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전달해야 할 때 더욱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최근 조사자료에 의하면 '콜 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는 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일상적 소통에 텍스트를 선호하는 것은 물론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대면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콜 포비아'의 현 실태 : 최근 설문조사 결과
최근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소통방식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중 40.8%는 '콜 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동일한 조사를 진행한 최근 3년간 결과는 30.3%, 35.7% 순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선호하는 소통방식에 대한 질문에 문자나 메시지 앱과 같은 텍스트 소통을 꼽은 비율이 2022년 59.3%, 2023년 69.9%, 2024년 73.9%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반면 전화 소통을 꼽은 비율은 19.9%, 14.3%, 11.4%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통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는 점'을 꼽은 비율이 66.3%(복수 응답)에 이르렀다. 다음 순위로는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가 62.2%, '문자, 메시지 등 비대변 소통이 편해서'가 46.5%였다. 전화 통화 시 겪는 구체적 증상으로는 '전화받기 전 느끼는 높은 긴장감과 불안(69.8%, 복수 응답)',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음(54.2%)', '전화 통화 시 앞으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48.7%)', '통화 시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신체 증상(23.4%)'이 거론됐다.
실제로 알바천국 구인구직 데이터 중 '알바 지원 방법'을 살펴보면 2021년 상반기 45.1%를 차지하던 '전화 지원' 비중은 2023년 상반기 35.5%로 줄었으나 '문자 지원' 비중은 14.6%에서 26.4%로 크게 증가했다. Z세대가 알바 구직 시 선호하는 업무유형도 달라졌음이 관찰된다. 소통업무가 필수인 '대면 업무'는 2023년 52.7%에서 2024년 50.6%로 줄었고 주방 보조, 포장 등 '비대면 업무'에 대한 응답률도 47.3%에서 49.4%로 증가했다. '비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손님과 직접 대면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58.5%,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23년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가 Z세대 1,397명을 대상으로 한 '선호하는 사내 소통법'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법으로 '메신저'가 꼽혔는데, 전체 응답자 중 76%가 응답해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그다음 순위를 보면, '대화'가 8%, 전화가 6.2%였다.
예전에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자신이 '콜 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밝혀 이 증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Z세대의 '콜 포비아' 확산이 집중 조명되었다. 이에 기존에는 문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유선전화에서도 문자를 통해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까지 출시됐다. '텔톡'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유선전화 문자서비스는 유선전화로 소통해야 하는 경우 전화를 피하고 문자 서비스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다. '콜 포비아'는 주로 즉답을 해야 하는 상황 등이 부담스러워 느끼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자로 소통하면 이 같은 심적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콜 포비아'의 원인과 증상
위에서 본 것처럼 '콜 포비아'는 하나의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콜 포비아'의 원인과 증상을 알 필요가 있다. '콜 포비아' 증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문자 메시지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습관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콜 포비아'가 없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콜 포비아'의 일반적인 원인을 생각해 보자.
- 사회불안장애 :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부끄러움, 긴장감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 완벽주의 :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전화 통화에서의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대인관계 어려움 :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서 '콜 포비아'가 나타날 수 있다.
- 성격적 특성 :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콜 포비아'를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다.
-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 : 전화 통화 중 불쾌한 경험이나 실패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콜 포비아'를 유발할 수 있다.
- 텍스트 소통 의존 : 텍스트 형태로 소통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즉답이 필요한 전화 통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면 '폴 포비아'는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말하는 걸까?
- 전화벨 소리에 대한 공포 :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빨리 뛰고 땀이 나거나 숨이 가빠지는 등의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 통화를 회피하려는 행동 :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를 걸어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 통화 중 어색함과 불안 : 통화 중 말을 더듬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등 어색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 통화 후 피로감과 스트레스 : 통화 후 피로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증상이 심한 사람의 경우는 탈진 증상까지 보이는 경우도 있다.
'콜 포비아' 증상을 겪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증상을 탓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증상을 극복하려는 개인적,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현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케팅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와의 소통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시점에 놓였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간단하게나마 몇 가지 살펴보자.
'콜 포비아' 시대, 변화하는 소비자와의 소통방식
비대면 소통채널 강화
- 채팅 상담 : 실시간 채팅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여 소비자의 문의에 빠르게 대응하고 익명성을 보장하여 편안한 소통 환경을 제공한다.
- FAQ 시스템 :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하여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상담 요청 건수를 줄일 수 있다.
- SNS 활용 :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의 비대면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
맞춤형 마케팅 강화
- 데이터 기반 마케팅 :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하고 불필요한 전화 상담을 줄인다.
- 콘텐츠 마케팅 :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오프라인 경험도 동시에 제공
- 체험형 매장 :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여 비대면 소통의 한계를 보완한다.
- 옴니채널 마케팅 :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연동하여 소비자에게 편리한 쇼핑경험을 제공한다.
'콜 포비아'는 기업에게 일종의 위기이자 동시에 새로운 기회다. 고객과의 소통은 기업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대면, 텍스트 기반 소통이 가능만 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장점이 많다. 일단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콜센터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텍스트 기반 소통은 AI기술 발달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면 혹은 전화 소통으로 인한 불필요한 클레임도 줄일 수 있다.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떠나 어쨌든 기업에서는 기회로 인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업의 입장과는 별개로 '콜 포비아'는 그래도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은 맞다. 과거부터 어느 정도는 있어 왔던 증상이지만 최근 눈에 띄게 심해진 것은 분명하다.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통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한다던지 하는 개인적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콜 포비아'는 어느 정도 극복해야 하고 극복될 수 있는 문제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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