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효율과 효과의 싸움이다.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것이 좋은 마케팅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타겟팅(Targeting)이다. 타겟이 정밀하면 할수록 마케팅 효율은 올라간다. 오늘은 타겟팅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가상적인 실패 사례를 통해 현실과 방법론을 동시에 검토해 보자.
타겟팅의 기본 고려사항
시장을 세분화하여 여러 집단으로 분류한 다음 자사의 제품을 갖고 집중적으로 공략할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을 '타겟팅(Target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타겟고객들은 공통된 특성으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가격에 특별히 민감한 집단이라든지, 건강에 높은 관심을 갖는 집단이라든지 다른 세분시장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특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특성에 충분히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만 타겟시장에 효과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만약 학교 앞에 있는 가게라고 생각해 보자. 자연스럽게 '나의 타겟 고객은 학생이다'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런 식의 발상은 전략적이지 않다. 학생들을 세분화해 볼 필요가 있다. 간식을 유난히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고, 어떤 학생들은 문구류에 관심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학생들은 아마 운동을 특히 좋아할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구분하여 세분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장을 세분화하고 나면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도출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세분화 후 타겟팅을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타겟팅을 했으면 타겟에 맞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수행해야 한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에게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야지 가격에는 큰 관심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하면 안 된다. 실제로 이런 오류는 흔히 벌어진다.
시장세분화도 타겟팅도 모두 적절한 마케팅을 하기 위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실패한 마케팅은 타겟에 적절하지 않은 마케팅을 한 결과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시장성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한 후 제품을 출시했고 마케팅도 충분히 진행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 타겟팅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타겟팅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타겟팅의 실패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실패 사례를 통해 배우는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실패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 할 수 있는 10가지 경우를 제시하려 한다. 살펴보자.
타겟팅의 실패 사례
타겟팅은 마케팅 성공의 핵심 요소이지만, 잘못된 타겟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다음은 타겟팅 실패 사례 몇 가지이다.
1. 연령대 타겟팅 실패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브랜드의 실패 사례를 생각해 보자.
유명 스포츠카 브랜드가 젊은 층을 타겟으로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유명 힙합 아티스트를 모델로, 트렌디한 음악과 영상을 사용한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실제로 스포츠카를 구매하는 고객층은 40~50대의 중장년층이었다. 젊은 층은 스포츠카를 사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어 실제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스포츠카에 대한 로망이 있던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연령대에 실제 구매에 나서는 것이었다.
2. 성별 타겟팅 실패
성별로 구분하여 타겟팅하는 것은 가장 흔한 사례지만,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대표적으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성별에 따라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광고는 조심해야 한다.
어떤 청소용품 회사에서 기혼 여성들을 타겟팅하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했다고 해보자. 이러한 타겟팅이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가정에서 청소는 남성들의 몫인 경우가 많고, 독신세대도 청소는 해야 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3. 지역 타겟팅 실패
지역 타겟팅은 특정 지역의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전략이다. 주로 글로벌 기업들이 대상 국가마다 다른 제품이나 마케팅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는 한국에만 있다. 스타벅스도 특정 국가에만 있는 메뉴를 개발하는데 전력을 기울인다. 제주녹차는 한국에 있는 스타벅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이러한 지역 타겟팅은 현지화라는 효과를 거둔다. 한국의 라면지도라는 것이 있다. 지역별로 라면의 판매순위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인데, 꽤 흥미 있다. 그 라면지도라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관광지가 많은 강원도에서는 특이하게 타 지역에 비해 용기면의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그에 착안하여 강원도에서 용기면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벌이면 어떨까? 그런데, 내 생각에 이러한 타겟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용기면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타지에서 관광을 오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들은 평소에 강원도에 살지 않는다. 지역에 타겟팅된 마케팅에 노출되기 힘든 것이다. 어쨌은 주의를 요한다.
4. 관심사 타겟팅 실패
관심사는 타겟팅하기 어려운 대상 중 하나다. 관심사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표면적인 관심과 진정한 관심이 충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짜 관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만약 막연하게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종목에 관심이 있다는 것인지 알기 힘들다. 그리고 그 관심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상대적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뮤지컬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살면서 관람한 뮤지컬 수가 5편이 넘지 않았다. 이런 층을 타겟팅한다고 해서 유의미한 마케팅 결과가 나올까 의문스럽다.
5. 데이터 오류에 의한 실패
세분화와 타겟팅의 기본인 데이터에 오류가 있을 경우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령, OTT플랫폼에서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전을 위한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거나, 온라인쇼핑몰에서 오류가 있는 구매기록을 바탕으로 관련 상품 추천을 한다면 그 결과는 재앙적일 것이다.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거의 매일 이메일, 문자메시지, SNS를 통해서 광고들을 접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광고로 아무런 목적 달성을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타겟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마케팅이 얼마나 낭비가 심한 것인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6. 세분화 부족에 의한 실패
세분화가 부족한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대개 두 가지일 것이다. 마케팅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와 실제 마케팅 효과가 도달해야 하는 대상에 제대로 소구 되지 못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화장품을 예로 들면, 여성 화장품이라고 해도 연령대 별로 선호하는 제품군이 다르고 브랜드도 다를 수 있다.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의 마케팅 대상을 10~20대 여성까지 확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의류제품도 비슷하다. 남성복이라고 해도 선호하는 연령대가 다르다. 남성 전체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것보다는 연령대별로 세분화하는 것이 비용과 효과면에서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7. 시기적 타겟팅 실패
시기적 타겟팅은 사용자의 활동 시간이나 특정 이벤트에 맞춰 광고를 게재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타겟팅 대상이 구체적인 소비자층이 아닌 것이다.
시기적 타겟팅 실패 사례를 생각해 보자. 월요일 아침에 여행광고를 편성한다고 해보자. 효과적인 선택일까? 월요일부터 여행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만약 겨울철에 아이스크림 광고를 한다면? 물론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도 많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케팅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관련 마케팅은 크리스마스 임박해서 해야 한다. 핼러윈 전에 하면 안 된다. 너무 단순한 원리다.
8. 경쟁환경 고려 부족에 의한 실패
경쟁사의 타겟팅 전략을 고려하지 않아서 실패할 수도 있다. 경쟁사가 이미 유사한 제품을 갖고 타겟팅하고 있는 고객에게 타겟팅을 하면 당연히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현실 시장은 경쟁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그렇다고 경쟁을 회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경쟁을 인식하고 전략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차별화된 장점이 명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유리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차별화된 마케팅도 중요하다. 차별화된 채널을 고려하거나 차별화된 메시지의 광고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거나, 경쟁사가 놓치고 있는 타겟 고객을 발굴하는 등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9. 광고 채널 선택 실패
타겟 고객이 이용하지 않는 채널에 광고를 게재하는 사례들이 생각보다 많다. 젊은 층에 타겟팅하기 위해 TV 광고를 진행했지만 광고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다. 젊은 층은 TV 시청보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더 길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노년층을 타겟팅한 제품 광고를 온라인에서 실행하는 경우도 많이 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면서 타겟 고객과 어울리지 않는 인플루언서를 선정하여 광고효과가 미미한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0. 창의적인 메시지 부족에 의한 실패
설사 성공적인 타겟팅을 했다고 하더라도 타겟층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관심을 끄는데 실패한다면 성공적인 타겟 마케팅이 될 수 없다. 가장 전형적인 실패 사례는 뻔하고 재미없는 광고 메시지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가령, 모바일 게임 광고를 하면서 "지금 바로 다운로드하세요!"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전형적인 사례는 타겟 고개층에 맞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5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화장품 브랜드 광고를 하면서 "젊고 아름다운 피부를 되찾으세요!" 같이 하나 마나 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타겟팅 실패 사례를 나름대로 선정하여 10가지를 살펴보았는데,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사례들을 정리해 본 이유는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단계가 되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 실패 사례를 검토해 보는 것은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실패 사례들을 더 관찰하고 정리해 봤으면 좋겠다. 타겟팅은 꽤 오래된 마케팅 개념이지만 여전히 혁신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례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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