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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의 '큰 수의 법칙'이 주는 교훈 : 경험의 일반화를 주의하자

by 불꽃유랑단 202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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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무척 소중한 것이다.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은 머리로만 배운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험의 부작용도 있다. 경험을 맹신하면서 생기는 오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경험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도 세상의 모든 것을 아는 양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작은 수의 오류'라고 부를 수 있다. 이것에 대해 알아보자.

 


 

'큰 수의 법칙'을 유념해야 하는 이유

세상을 살다 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이따금 목격하게 된다. 그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말기 암환자가 갑자기 완치된다든지, 소액의 투자로 시작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는다든지, 가볍게는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이긴다든지 하는 일 말이다. 이런 일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게 되면 이상한 신념이 생기기도 하고 기적을 바라는 태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경영분야에서 보면 성공한 기업이 나중에 처참하게 실패하는 경우에 이런 신념이 바닥에 깔린 경우를 볼 수 있다. 한 번의 성공경험을 맹신하여 그대로 쭉 밀고 나가다 실패하게 되는 사례는 너무 흔하다. 성공한 창업자들에게서 이런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자기 확신이 보통이 아니다. 물론 존경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미래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꼰대'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꼰대'하면 떠오르는 말이 '나 때는 말이야'다. 과거 한 때의 경험을 요즘 시대에도 일반화하는 오류를 지적하는 말일 것이다. 또 다른 꼰대 같은 말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다. 사람의 경험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진리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주의해야 할 태도다. 

 

이러한 오류에 대한 백신이 있다. 바로 통계학과 확률론이다. 그중에서도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을 주목해야 한다. '대수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큰 수의 법칙은 확률과 통계의 기본적인 개념으로 표본의 크기가 커질수록 표본 평균은 모집단 평균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동전 던지기 횟수가 많아질수록 앞면이 나오는 빈도는 50%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근본 원리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몇 가지 살펴보자.

 

큰-수의-법칙-주사위-던지기의-예
주사위를 많이 던질수록 특정 눈이 나오는 비율은 1/6에 가까워진다

 

'큰 수의 법칙' 적용의 유용성

불확실성 속에서 예측 가능성

우리는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큰 수의 법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어날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눈의 숫자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시행을 통해 평균값이 3.5에 가까운 숫자가 나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무작위 사건의 패턴 파악

세상은 무작위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큰 수의 법칙은 이러한 무작위 사건들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데 지침을 준다. 예를 들어, 매일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 탑승하는 사람들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과거 데이터를 통해 평균적인 탑승객 수와 특정 시간대의 탑승객 수 변화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위험관리 및 의사결정 

큰 수의 법칙은 위험을 평가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 발생 확률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적절한 보험료를 책정한다. 개인 또한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큰 수의 법칙을 고려하여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사회시스템 및 정책 설계

큰 수의 법칙은 사회시스템 및 정책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교통시스템을 설계할 때 과거 교통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로 확장 및 대중교통 운영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의료시스템에서도 질병 발생률 및 치료 효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자원 배분 및 예방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과학적 연구 및 실험

과학적 연구 및 실험에서도 큰 수의 법칙은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연구 결과의 일반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새로운 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실험 결과의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큰 수의 법칙은 우리 주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중요한 도구다. 이 법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기반을 제공한다. 큰 수의 법칙은 확률과 통계의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실제 응용 과정에서 몇 가지 제약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표본추출 과정이 무작위성을 만족하는지, 표본  크기가 충분히 큰지, 모집단의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르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큰 수의 법칙' vs '작은 수의 법칙'

'큰 수의 법칙'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작은 수의 법칙'도 거론된다.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한 사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작은 수의 법칙'은 자기가 겪은 아주 작은 표본을 절대적인 것으로 맹신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러한 맹신은 치료약 분야에서 많이 등장하는 신념과 태도다. 아주 적은 수의 치료 경험을 갖고 일반화하려는 오류가 너무 자주 등장한다. 이와 관련된 실험도 있다. 경제학자인 '마틴 오즈번'과 '아리엘 루빈스타인'이 행한 실험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치료제 효과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암환자 1,000명에게 대체 치료법을 적용했는데, 그중 약 10명에게서 치료효과가 있었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치료성공률은 1% 남짓이다. 1%라고 하면 자연치료율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치료효과가 있었던 10명은 새로운 치료법이 암을 정복할 확실한 방법이라고 확신했고 다른 환자에게도 즉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효과를 경험한 사람의 비중이 무척 적기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새 치료법의 신봉자가 될 만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다. 대체 치료법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야 한다. 

 

'작은 수의 법칙'을 도출한 사람은 행동경제학자 데니얼 카너먼이다.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이 주류경제학에서 전제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보니 어찌 보면 작은 수의 법칙을 도출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카너먼의 관찰 결과 사람들은 큰 수의 법칙을 잘 따르지 않았다. 합리적 인간이라면 큰 수의 법칙을 믿고 그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데, 실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한 두 차례의 경우를 일반화하여 사실로 믿어버리는데, 이런 비합리성을 지적하기 위해 큰 수의 법칙에 대비되는 작은 수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도출한 것이다. 큰 수의 법칙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변이 자주 발생한다. 자신의 경험이 그 이변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유행이다. 집단지성의 힘이 바로 큰 수의 법칙과 연관된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만의 생각은 한계가 있고, 따라서 위험하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폭넓은 의견을 구하고 충분히 큰 데이터에 입각해야 한다. 그리고 순간순간 작은 수의 법칙으로부터 나오는 특이 현상이나 이변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넓고 길게 보는 안목이야말로 과학적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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