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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플리 효과 : 소비를 통해 특정 집단에 속하고 싶은 욕구

by 불꽃유랑단 2024. 6. 4.

소비시장을 정확히 꿰뚫어 보려면 '파노플리 효과'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그 제품을 소비하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그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과 같은 사회적 집단에 속한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


 

파노플리 효과의 의미

'파노플리(Panoplie)'라는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1980년대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1960년대 프랑스 사람들의 소비와 여가 측면의 삶을 분석하면서 도입한 개념이다. '파노플리'는 본래 '세트(Set)'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소비중심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특정 집단과의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 소비하는 특정 제품의 쇼핑 목록을 의미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명품 브랜드 소비를 지칭할 때 많이 쓴다.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로부터 느끼는 비상품적 가치로, 자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특정 소비패턴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심리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파노플리 효과 사례커피문화를 들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런데, 커피 값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지금이야 외식가격 상승으로 덜하지만 한때는 점심식사 가격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시는 소비행태가 사회적 이슈가 될 지경이었다.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브랜드 카페의 커피를 마시는 소비행태가 파노플리의 예로 자주 거론됐다. 이러한 커피 소비행태는 문화적으로 세련된 상위 계층에 속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소비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노플리 효과는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백화점이다. 백화점에 간다는 것은 이상하게 소비를 한다는 목적보다 문화생활을 영위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수 백화점들이 명품 브랜드에 점점 집중하고 있고, 그 브랜드들은 제품 자체보다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지극히 모호한 개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상류층에 속하고 싶다는 욕구에 정확하게 소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파노플리 효과를 부정적인 개념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과시욕과는 구분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떤 특정 집단에 속하고 싶다는 심리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소비를 촉진하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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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플리 효과는 흔히 브랜드 충성도로 나타난다(출처: 서울시립대신문)

 

파노플리 효과의 특징과 활용

파노플리 효과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사회적 동질감 추구 : 사람들은 본인과 비슷한 가치관,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파노플리 효과는 이러한 사회적 동질감을 추구하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 상징적 소비 : 파노플리 효과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소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즉,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 비교 우위 추구 : 파노플리 효과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심리에서도 발생한다.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존재임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강한 애착 :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 브랜드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동질감을 더욱 강화한다.
  • 고가 제품에 대한 집중 : 파노플리 효과는 일반적으로 고가 제품에 더 많이 나타난다.

 

파노플리 효과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흔히 목격되고 또 활용된다. 대표적인 두 가지 경우만 보자.

  • 마케팅 : 기업들은 파노플리 효과를 활용하여 특정 소비 계층타기팅 하고, 브랜드 이미지구축하며, 제품 판매를 촉진한다.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하고,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활용하여 소비자들의 동질감을 자극한다.
  • 소셜 미디어 : 소셜 미디어는 파노플리 효과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을 자랑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동질감을 형성한다.

 

파노플리 효과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파노플리 효과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소비자들의 동기 부여, 브랜드 충성도 향상, 경제 성장 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과도한 소비, 물질주의,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

파노플리 효과의 긍정적 측면

  • 소비자들의 동기 부여 :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자들의 목표 달성과 자기 발전을 위한 동기부여할 수 있다. 특정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에 가까워졌다고 느끼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소비의 또 다른 측면이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비상품적 가치도 중요하다.
  • 집단의식 형성 :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 간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협력하고 지지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아니라 팬덤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건강한 소비문화가 될 수도 있다.

파노플리 효과의 부정적 측면

  • 비합리적인 소비 :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실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친 소비에 빠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과 빚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수가 늘어나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 사회적 불평등 심화 : 파노플리 효과는 고가 상품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구분하려는 경향을 강화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소외되고 불평등하게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 불만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 진정한 가치 상실 :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진정한 가치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나 사회적 의미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과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다.

 

파노플리 효과와 현대의 소비행태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파노플리 효과는 단순히 명품 소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소비심리와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개인이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그 브랜드를 선호하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고자 하는 심리적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근본적인 사회적 동물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우리는 타인과의 유사성을 통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가 강조되면서 사회적 유대감이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파노플리 효과는 이러한 사회적 유대감 약화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소비를 통해 가상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사회적 동질감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된다.

 

파노플리 효과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소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즉,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고자 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정보화와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소비 행태를 쉽게 접하고 비교하게 됐다. 이러한 비교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더 나은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소비하게 된다.

 

준거집단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준거집단은 '한 개인이 자신의 신념, 가치, 태도 및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데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사회집단'을 의미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를 통해 준거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심리적 지향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니까 파노플리 효과를 과시적 소비와 같은 가치가 개입된 의미로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소비현상을 나타내는 가치중립적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품이 넘치는 과잉생산의 시대에는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 소비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심리적 만족감이 점점 중요해진다. 앞으로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행태를 결정짓는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수들의 음반(CD)이 100만 장이 판매됐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음악은 핸드폰으로만 들으면서 실물 음반은 왜 사는 걸까.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는 설명할 수 있다. 관심을 가질만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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