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승진은 중요하고도 예민한 문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직에서의 성공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써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승진제도에는 많은 허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들의 불만도 팽배하다. 이전에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직원이 승진가능성이 높다는 '딜버트의 법칙'을 다룬 적이 있다. 오늘은 '피터의 법칙'이다.
피터의 법칙이란?
'피터의 법칙'은 조직에서 어떤 직책의 적임자를 선택할 때 직책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능력보다 지원자가 현재까지 보여 준 업무성과에 기초해 평가하는 경향이 높다는 일종의 경영학적 원칙이다. 이는 업무성과가 좋은 직원은 계속 승진하게 되고, 그 승진은 업무성과가 더 이상 나지 않을 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업무성과가 좋다면 직무수행능력과 부합하지 않은 직위까지 승진한다는 것이다.
피터의 법칙을 좀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조직 내 구성원들은 무능력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며, 결국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한다. 달리 말하면,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승진을 통해 자신의 능력 이상의 임무를 맡게 되고, 마침내 그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 된다."
이 법칙은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가 '레이먼드 홀(Raymond Hull)'과 쓴 저서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 Why Things Always Go Wrong?)"에서 제시된 것이다. 그는 저서에서 "수직적인 계층 조직 내에서는 모든 직원이 경쟁력 없는 직책으로 승진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수의 직책이 그 역할에 적합하지 않은 직원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직무 수행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이 맞지 않는 직책을 담당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피터의 법칙 핵심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자.
- 승진은 능력이 아닌 현재 직무수행능력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즉, 현재 직무를 잘 수행하는 사람은 다음 직무로 승진하게 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 자신의 능력 이상의 직무를 맡게 된다.
-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한다. 누구나 능력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어느 정도 이상의 직무를 맡으면 그 이상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 조직은 무능한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된다. 승진과정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은 무능한 사람이 되고, 또 무능한 사람들은 승진하지 못하고 그 직위에 그대로 남게 되기 때문에 조직 전체가 무능해진다.
피터의 법칙이 제시하는 통찰
이는 이색적이면서도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을 생각해 보자. 수직적 계층조직의 모든 직원은 능력이 다할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이 업무능력을 입증하는 한 시기가 문제일 뿐 계속 승진한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자리까지 맡게 된다. 이런 논리라면 조직 내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능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 내 구성원들은 자기 능력의 최고치까지 승진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자신의 능력 밖의 역할이 주어지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능력 밖의 일을 맡는 단계에 이른다고 했는데, 이는 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사실 자신과 업무의 상성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영업직에서 능력을 보여 고위 관리직에 오른 사람이 관리업무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영업에서의 리더십과 관리업무에서의 리더십은 완전히 다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터의 법칙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법칙 자체의 내용이 아니라 승진제도의 문제점과 지향점이다. 승진은 기존 업무의 성과를 토대로 이루어지기보다 새로운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현실에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현 조직체계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승진 지향점이 시도되고 정착되려면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즉, 승진으로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직원 개개인에게 자신에게 적합한 직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어느 정도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직무별로 각각 어떤 업무로 구성되고 어떤 능력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한 정의가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 직무기술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을 꼽으라면 역시 '승진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조직체계와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조직들은 그야말로 승진에 목숨을 거는 문화가 아닌가.
피터의 법칙을 간단하게 우리식으로 정리하면, '승진에 목숨 거는 문화에서는 최고위층에 능력 없는 사람들이 포진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조직의 발전을 헤친다' 정도일 것이다.
피터의 법칙이 던지는 시사점
마지막으로, 피터의 법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자.
피터의 법칙은 비록 논리의 비약이 심한, 마치 '제논의 역설' 같은 이론이지만, 조직의 인사관리와 평가시스템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 조직은 과거 성과가 아닌 역량 중심의 인사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의 성과만을 기준으로 승진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승진 대상자의 잠재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 개인의 성장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직원들이 과거의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육과 연수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조직의 변화에 맞춰 인사 시스템을 지속 개선해야 한다. 조직의 환경과 요구사항이 변화하면, 이에 맞춰 인사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직책에 요구되는 역량도 계속 변화하기 마련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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