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위험으로 가득하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지만 주위에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널려있다시피 하다. 개인적인 사고에서부터 일터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 그리고 사회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치는 경제위기까지 사고와 위험은 실로 다양하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고 양상은 더 다양해지고 있다. 예방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사고와 예방에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이론인 '하인리히 법칙'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
위험과 사고, 그리고 하인리히 법칙
'위험'이라는 용어는 다양하게 해석된다. 일반적으로는 손해의 가능성 정도를 의미한다. 위험은 잠재적인 피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경영에서 위험이라고 하면 주로 불확실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재무분야에서는 위험이 엄밀하게 정의된다. 투자의사결정에는 계속 변화하는 경제환경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동성을 위험으로 파악한다. 위험을 사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잠재적 사고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견해다.
사고 관련하여 산업안전 분야에서 너무나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선행한다는 경험적인 법칙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비단 산업현장에서만 쓰이는 용어는 아니게 되었다. 최근에 와서 하인리히 법칙은 위험에 관련된 여러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경영분야에도 폭넓게 쓰이고 있으며, 경제 위기상황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그럼, 우선 하인리히 법칙의 핵심을 보자.
미국 보험회사에 근무하던 하인리히는 수많은 산업재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미 있는 통계적 규칙을 찾아낸다. 이때가 1931년이다. 하인리히는 그의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고 실제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행했다. 그가 발견한 통계적 규칙이란 "평균적으로 한 건의 큰 사고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인리히 법칙을 흔히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하인리히 법칙이 말해주는 핵심은 대부분의 대형사고는 예고된 것이며, 무사안일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화이트 스완' 개념과 연결된다. 화이트 스완이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충분히 예상되는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경제 위기를 설명할 때 많이 인용된다.
하인리히 법칙의 핵심 원리
하인리히 법칙은 오늘날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물론이고 각종 사고, 사회경제적 위기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그리고 활용 의의도 크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여러 단계의 사건이 도미노처럼 순차적으로 일어나므로 앞의 단계에서 적절히 대응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인리히는 사고 발생 5단계를 제시하고 이 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불안전한 행동 및 상태를 제거하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사고발생 1단계는 '사회적 환경과 유전적 요소'다. 선천적 결함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2단계는 '개인적인 결함'이다. 그리고 3단계는 '불안전한 행동 및 불안전한 상태'로써 바로 이 단계를 제거하면 사고 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4단계는 '사고가 발생'하는 단계고 마지막 5단계는 '재해' 단계다. 이러한 재해 연속성 이론은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큰 사고들의 분석결과는 하나같이 인재였다. 그러니까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던 셈이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하인리히 법칙에 대한 관심이 순간적으로 폭증한다. 이런 종류의 사고에만 하인리히 법칙이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 사태에도 하인리히 법칙이 언급되는 추세다. 1997년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IMF 사태,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에도 하인리히 법칙이 언급되기도 했었다.
하인리히 법칙과 품질관리, 그리고 경영 분야에서의 리스크 관리
하인리히 법칙을 경영분야로 확장해 보면 우선 각종 품질관리 방법론으로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방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들이다. TQM, TPM, 5S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TQM(Total Quality Management)은 모든 직원이 품질관리에 참여하도록 하여 제품 결함을 예방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품질관리 전략이다. TPM(Total Productive Mainrenence)은 설비 고장을 예방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지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이다. 또한 5S는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를 말하는 것으로 작업공간을 정리하고 청결하게 유지하여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환경조성 원칙이다. 하나같이 예방 활동을 중시하는 전략 혹은 방법론들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경영관리 활동에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해 보자.
하인리히 법칙은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사전적 사건들이 누적된 결과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영자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하여 적절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는 리스크 관리라고도 불리며 현대경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도 강조해야겠다. 하인리히 법칙은 과거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립된 법칙임을 기억해야 한다. 경영자는 과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의 리스크를 예측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위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조직문화에 대한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안전에 대한 무관심이나 부주의가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안전을 중요시하는 조직문화 조성은 중대한 과제다.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며, 안전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하인리히 법칙은 경영현장에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영자는 하인리히 법칙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 예방, 리스크 관리,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조직 문화 개선, 지속적인 개선 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사고는 대개 '설마'하는 생각을 먹고 자란다. 그런 안일함이 사고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살펴본 하인리히 법칙은 무척 단순한 논리체계이지만 사고와 리스크에 대해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4가지 중요 메시지를 정리하면서 글을 끝맺으려고 한다.
-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고는 경고 사인과 위험 상황을 거쳐 발생하며, 이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작은 사고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사소한 부상이나 사고 위험 상황은 큰 사고의 발진이 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안전교육, 안전장비 제공, 작업환경 개선 등을 통해 사고 위험 요소를 줄여야 한다.
- 사고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경영진, 감독자, 근로자 모두가 사고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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