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서 뜨거운 용어다. 여기저기서 혁신을 외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혁신은 확산되기 어려운 것이다. 강력히 추진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혁신의 확산'에 대한 이론이 중요한 이유다. 오늘은 사회학자인 에버렛 로저스의 '혁신의 확산'을 다루려고 한다. 전에 이미 다룬적이 있지만 이번은 좀더 근원적인 내용이다.
경영 분야에서 다루는 많은 이론들이 외부에서 수혈된 경우가 무척 많다. 경영학의 역사가 워낙 짧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영학이 다루는 분야가 기존의 여러 학문 분야와 겹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영이론들을 살피다 보면 여기저기서 심리학이 나오고, 사회학이 나오고, 경제학이 나오곤 한다. 심지어는 군사학도 심심치 않게 출현한다.
오래된 개념이지만 현재까지도 경영의 화두인 혁신에 관한 이론도 사실 사회학에 빚진 면이 많다. 바로 혁신의 확산이론이다. 혁신이 어떻게 확산되는지에 관한 중요한 이론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버렛 로저스(Everett M. Rogers)가 1960년대 초에 400개의 혁신 연구를 비교 분석했고, 그 후 1990년대에 4,000개가 넘는 출판물을 다시 비교 분석했다. 그는 분석 결론은 혁신을 수용하는 데 사람들 간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서 의식적 경험과 무의식적 경험을 교환한다.
에버렛 로저스의 '혁신의 확산' 이론의 핵심 용어
먼저 에버렛 로저스 이론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부터 보자.
- 혁신 : 사회 구성원에게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아이디어, 상품, 서비스 등
- 확산 : 혁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 구성원 사이에 전파되는 과정
- 채택 : 개인이 혁신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과정
- 수용자 : 혁신을 채택하는 개인
- 다섯 가지 채택자 유형 : 혁신자, 조기수용자, 초기다수자, 후기다수자, 지각수용자
- 커뮤니케이션 채널 : 혁신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는 매개체,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 혁신확산 요인
'혁신의 확산' 이론의 핵심 내용
핵심 개념을 활용해 혁신확산이론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1. 혁신의 확산은 정규분포와 유사한 곡선을 따른다
처음에는 혁신에 대한 인식이 낮고 채택 속도가 느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혁신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고 채택 속도가 빨라진다. 채택자가 증가하면서 혁신의 확산 속도는 점점 포화 상태에 도달한다.
2. 혁신의 채택 속도는 혁신의 특성, 사회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혁신은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그 혁신을 수용하게 된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상대적 이점(Relative advantage) : 사람들이 혁신이 현재 존재하는 관행보다 확실한 이점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 상대적 이점은 사람들의 필요와 연결되어야 한다.
- 적합성(Compatibility) : 혁신은 실존하는 규범, 가치와 관련이 있어야 하며, 현재 행동에 쉽게 적용 가능해야 한다.
- 복잡성(Complexity) : 혁신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혁신이 복잡할수록 성공 가능성은 감소한다.
- 시험가능성(Trialability) : 혁신은 사람들이 작은 규모로 시험해 볼 수 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 관찰가능성(Observability) : 혁신이 가져올 이점이 관찰 가능할 때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3. 다섯 가지 채택자 유형은 혁신에 대한 태도와 채택 시기가 다르다
사회제도 내 모든 사람들이 혁신을 같은 속도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로저스는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 혁신수용자(Innovators) :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위험 감수성이 높아 혁신을 가장 먼저 채택한다. 언제나 혁신을 갈구하는 사람들이다.
- 조기 수용자(Early adopters) : 혁신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고 채택하는 데 영향력이 큰 집단이다. 그리고 혁신에 관심이 있지만 시대를 앞서 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혁신자에 비해 훨씬 다수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수용자의 사회적 권위가 가장 높다. 조기수용자들이 빨리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초기 다수자(Early majority) : 신중하게 혁신을 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이 채택하는 것을 보고 채택하는 집단이다.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만 조기수용자를 먼저 관찰하게 된다. 초기 다수자는 나머지 사람들과 혁신 학산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 후기 다수자(Late majority) : 혁신의 유용성이 입증된 후에 채택하는 집단이다. 이 집단은 변화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다른 집단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
- 지각수용자(leggards) : 변화를 싫어하고 혁신을 가장 늦게 채택하거나 채택하지 않는 집단이다. 변화가 이롭거나 불가피하다는 것에 100% 확신이 없는 이상 혁신을 수용하지 않는다.
혁신의 확산 분포에서 우리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은 혁신을 빨리 확산시키고 싶다면, 혹은 새로운 제품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가장 열정적인 혁신자를 공략하기보다 가장 권위가 있는 사람들인 조기수용자를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4.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혁신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혁신의 채택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중매체, 개인적 의견, 사회적 네트워크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혁신의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혁신 확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촉진요인인 셈이다.
지금까지 사회학자인 에버렛 로저스의 혁신 확산의 이론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혁신의 확산은 역동적인 과정이다.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 역향을 받으면서 전파되는 것이다. 혁신의 확산 이론은 이미 경영분야 전반에서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주로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 출시 전략 수립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활용될 여지는 많다. 사회변화 예측의 주요 이론적 바탕이 될 수 있으며,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다. 정책 수립 및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의 확산 이론은 처음에 신품종 보급에 관한 문제에서 출발했다.
혁신은 애초에 수용되기 힘든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쉽게 수용될 수 있다면 사실 혁신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할 것이다. 따라서 혁신의 수용에 관한 문제는 혁신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혁신의 수용조건과 혁신 채택에 관한 이론은 그래서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 의미를 다시 숙고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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