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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재건 스토리 : 루 V. 거스너의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by 불꽃유랑단 2024. 4. 8.

규모가 큰 기업은 큰 덩치로 인해 변화에 둔감하고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고들 한다. 따라서 그런 대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자체의 힘으로 회생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을 위기에서 구해낸 경영계의 슈퍼스타들이 여럿 존재한다. 오늘은 IBM을 위기에서 회생시킨 루 V. 거스너의 스토리를 알아보려고 한다.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바둑 용어지만, 대기업은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말로 주로 쓰인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려낸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인식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Too big to fail'이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으니 말이다. 

 

루 V. 거스너와 IBM

대기업은 망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위기에 빠진 이상 회복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과거 초거대기업이었던 IBM의 재건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루 V. 거스너(Louis V. Gerstner)'는 1993년 붕괴 위기를 맞은 IBM을 재건하는 임무를 맡아 CEO로 취임한 인물이다. 그 후 수년에 걸쳐 IBM을 재건하고 1990년대를 대표하는 경영자로 우뚝 섰다. 이러한 재건 스토리는 거스너 본인이 직접 쓴 "Who Says Elephants Can't Dance?(코끼리를 춤추게 하라)"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거스너는 IBM으로 가기 전에 유명한 신용카드사 아멕스의 간부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근무 당시 거스너는 IBM의 고자세에 놀란 적이 있었다. 아멕스의 데이터 센터는 전부 IBM 장비를 쓰고 있었고, 만약 다른 회사 제품을 한 대라도 쓴다면 가차 없이 거래정지 통보를 받는 상황이었다. 거스너는 IBM 취임 후 관련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 서류 더미에서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 비전에 관한 여러 문서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IBM 내부에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거스너는 실행이야말로 핵심임을 여러 차례 밝히고 다녔다.   

 

거스너의 IBM 회생 핵심전략

거스너는 강력한 실행을 전제로 주요한 4가지 회생전략을 추진했다. 4가지 전략 중 2가지는 거시적 차원의 것이었고, 2가지는 미시적이었다. 먼저, 거시적 차원의 전략을 보면 다음과 같았다.

거시적 차원의 회생전략

거시적 회생전략 1 : 회사 분할에 대한 단호한 반대

IBM을 분할하지 않는다는 것이 거스너가 내린 첫 번째 전략적 결정이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당시 업계는 컴퓨터 산업의 각 영역에서 많은 신생 기업들이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신생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스토리지, PC, 메인프레임 등 특정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대다수 전문가들은 IBM처럼 모든 것을 하는 업체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한 해결책은 분할이었다. 그리고 IBM도 분할을 준비하고 있던 단계였다. 그러나 거스너는 취임 후 이러한 준비에 바로 제동을 걸었다. 거스너의 생각은 이랬다. "고객은 혼란스럽도록 많은 제품을 원스톱으로 제공해 줄 기업이 없어 오히려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런 고객의 고민에 부응할 수 있는 곳은 모든 분야에 발을 걸친 IBM뿐이다. 분할하지 말고 오히려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거시적 회생전략 2 : 비즈니스 방식을 재편한다

당시 거스너가 보기에 IBM의 업무 프로세스는 낡은 것이었으며, 일관성이 없었다. 그가 추진한 프로세스 혁신은 실로 거대한 것이었다. 모든 프로세스를 고객의 관점에서 재설계했고, 효율성 증대를 위해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없애고 간소화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보기술을 깊이 있게 활용하기 시작했고 프로세스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성과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무려 10년에 걸쳐 당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업무 변화 프로젝트를 단행하여 온갖 업무 방식을 재탄생시켰다. 

 

다음으로 미시적 차원의 회생전략을 보자. 

미시적 차원의 회생전략

미시적 회생전략 1 : 낭비를 철저히 제거한다

거스너가 생각할 때, IBM은 기업체질 자체가 고비용이었다. 대규모 경비절감이 불가피했다. 인원 감축 등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먼저, 불필요한 비용 항목을 파악하여 없애거나 줄이는 데 집중했다. 중복된 부서를 통합하고 인력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었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도 비용절감에 한몫했다.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구매비용을 줄이는 데도 집중했다. 

미시적 회생전략 2 : 불필요한 자산은 매각한다

IBM은 전형적인 현금흐름 위기였다. 그는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자산 광범위한 매각을 단행했다. 회사 전용기에서부터 사옥, 연수원, 각종 예술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하기도 했다. 이익률이 낮은 사업부가 그 대상이었다.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전략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거스너가 전략 다음으로 집중한 것은 고객중심 비즈니스로의 재편과 조직 내 소통 활성화였다.

 

루-V.-거스너의-코끼리를-춤추게-하라
IBM 재건 스토리를 담은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IBM 회생을 위한 비즈니스 재편과 소통 전략

비즈니스 재편

거스너는 과거 아멕스에 근무하던 시절 경험했던 IBM의 행태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전 세계에 뻗어있는 각 지사들의 막강한 파워와 지사 간 소통부재를 지적하고 나섰다. 먼저 지사 중심의 고객 접점 업무를 모두 없애고 글로벌하게 고객을 담당하는 새로운 부문을 신설했다. IBM이 서비스 산업으로 나아가는데 주춧돌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커뮤니케이션

거스너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기존 CEO들처럼 근엄하고 점잖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언젠가 임원들 앞에서 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경쟁업체들이 IBM을 상대로 하는 험담을 소개했다. 그것은 매우 뼈아픈 것이었다. 이러한 것은 이전까지의 소통방식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비즈니스 재구축

거스너는 회생전략을 중심으로 한 혁신을 일으킨 다음 곧바로 비즈니스 재구축으로 옮겨갔다. 거시적 회생전략 첫 번째인 고객에게 상품과 기술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서비스 부문과 소프트웨어 부문을 새로 설립했다. 그리고 당시 너무 놀랍게도 마케팅 전략에 'e비즈니스'라는 개념을 포함시킨 후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했다. 

결론 : 소통과 실행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IBM은 회생했다. 거스너는 나중에 고백하기를,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문화 변화를 위해 직원들과의 진솔한 소통을 중시했다. 직원들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행했고, 격의 없는 질문에 답했다. 그리고 어떠한 질문에도 자기 생각으로 답을 했다. 이렇게 기업문화를 서서히 변화시켰다. 조직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역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도 행동을 서서히 침투시켜 새로운 문화로 바뀔 조건을 성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위해서 직원들과 계속적인 소통이 필요했던 것이다. 거스너의 말처럼 '실행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전략의 결정판'이다. 실행을 통해 곧바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를 내서 구성원들 안에 변화를 침투시키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그들을 믿고 변화를 추구하라"

 

IBM을 회생시킨 거스너의 스토리는 경영계에서 너무나 유명하다. 특히, 당시 IBM에서 제기된 분할 필요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오히려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통찰은 역발상의 극적인 예이다. 그 외에도 거스너가 강조하고 실행한 방법들은 기업 회생의 매뉴얼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결론 대신 제시한 '소통과 실행'은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직이 변하려면 결국 사람이 변해야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대기업의 그 많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결국 지난한 과정인 것이다. 위기에 처한 조직에 속해 있다면 먼저 사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개는 문제가 거기에서 출발하며 해결의 실마리도 그곳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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