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커머스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TV홈쇼핑과의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이고, 또 하나는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도입에 관한 요구가 거세지면 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T커머스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 것 같다. 아마도 T커머스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TV홈쇼핑과 헷갈린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봤으면 좋겠다.
T커머스의 정의와 특징
T커머스는 Television과 Commerce의 합성어로, TV를 통해 데이터 방송 형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단순히 TV를 보면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쌍방향 소통을 통해 더욱 다양한 정보를 얻고 맞춤형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TV커머스의 핵심적인 특징을 정리하면 이렇다.
- 쌍방향 소통 : TV를 보면서 리모컨을 통해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바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
- 맞춤형 서비스 : 개인의 시청 이력과 선호도를 분석하여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준다.
- 데이터 기반 : 시청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여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활용한다. 이는 쌍방향 소통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다양한 콘텐츠 : TV 프로그램과 연계한 상품 판매,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T커머스와 TV홈쇼핑의 유사점과 차이점
T커머스는 외견상 TV홈쇼핑과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의 차이점을 알아야 T커머스를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차이만 살펴보자.
- 방송형식 : T커머스는 데이터 방송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원하는 상품 정보를 능동적으로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다. 반면, TV홈쇼핑은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청자는 제시된 상품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 상호작용 : T커머스는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맞춤형 상품 추천, 실시간 상품 비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TV홈쇼핑은 주로 일방향적인 상품 소개에 집중한다.
- 개인화 : T커머스는 시청자의 구매 이력, 선호도 등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준다. TV홈쇼핑은 대량 판매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전무하다.
- 채널 : T커머스는 주로 IPTV나 케이블 TV를 통해 제공되며, TV홈쇼핑은 지상파나 위성 방송을 통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 규제 : T커머스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받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지만, TV홈쇼핑은 방송법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뒤에서 보겠지만 T커머스를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지적도 있다.
비교항목 | T커머스 | TV홈쇼핑 |
방송형식 | 데이터 방송 | 생방송 |
상호작용 | 쌍방향 소통(상품 검색, 비교 등) | 일방향 소통 |
개인화 |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상품 추천 | 대량 판매 중심 |
채널 | IPTV, 케이블 TV 등 | 지상파, 위성 방송 등 |
규제 |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 | 엄격한 규제 |
T커머스와 TV홈쇼핑의 갈등 양상
그러면 이제 T커머스와 TV홈쇼핑 간의 갈등 양상에 대해서 보자. 갈등의 발단은 정부가 T커머스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 서다. 규제 완화의 핵심은 T커머스의 생방송 허용에 관한 것이다. T커머스 측은 동일한 홈쇼핑 방송인데도 생방송 금지 등 규제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TV홈쇼핑 측은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돼 있고 규제를 완화할 경우 경쟁이 과열돼 시장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보면 소비자들은 사실상 T커머스와 TV홈쇼핑의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둘의 차이는 크다. T커머스와 TV홈쇼핑은 모두 방송법상 방송채널사업자이고 홈쇼핑으로 승인을 받는다. 다만 TV홈쇼핑은 TV채널사업자로 아날로그 TV를 기반으로 하고, T커머스는 데이터방송채널사업자로 디지털 TV 기반의 양방향 방송을 한다. 이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일단 T커머스는 상품 영상이 전체 화면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영상을 제외한 나머지 화면에는 이미지, 선택메뉴 등의 데이터로 채워야 한다. 그리고 또 큰 차이는 TV홈쇼핑은 생방송이 가능하지만 T커머스는 녹화방송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갈등에는 홈쇼핑 시장의 위축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주요 TV홈쇼핑 4사(CJ온스타일, GS샵,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의 실적을 보면, 매출, 영업이익 모두 감소를 기록했다. 이미 다수의 소비자들이 이커머스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T커머스의 경우에는 여러 규제로 인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업계 중심으로 나온다. T커머스 5사(KT알파쇼핑, 쇼핑엔터, 신세계라이브쇼핑, SK스토아, W쇼핑)의 2023년 영업이익을 모두 합쳐봐야 227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홈쇼핑 6위 사업자인 홈앤쇼핑의 영업이익 규모보다 작은 것이다.
T커머스 신규 사업자 진출에 따른 갈등
T커머스 업계에는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진출도 뜨거운 이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2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87.1%가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신규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적정한 신규 도입 T커머스 개수도 3개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47.6%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중소상공인 전용 T커머스 신설과 관련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TV 판로 확보를 마련하려면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상공인 전용 T커머스 신설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리고 이르면 올해 연말까지 채널 신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기존 T커머스업자는 물론 TV홈쇼핑 사업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이슈에 맞닥뜨린 T커머스 업계는 적지 않은 혼란 속에 있다. 본래 T커머스는 단순한 쇼핑을 넘어 엔터테인먼트와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채널로 주목받았었다. 하기야 그런 가능성 때문에 중소상공인 전용 T커머스 신규 채널 도입도 논의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T커머스 자체를 보면 중소상공인 전용 채널 도입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어쨌든 T커머스라는 채널 자체의 파이를 키울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후 AI 쇼핑도우미 도입, AR(증강현실)이나 VR(가상현실) 기술 활용으로 T커머스가 본격 각광받을 가능성도 있다. 분명히 흥미로운 채널이긴 하다. 앞으로 T커머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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