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욜의 경영관리론 3 : 파욜과 테일러, 조직 효율성을 위한 두 가지 접근

파욜의 경영관리론을 다루면서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테일러리즘과의 비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이론은 거의 항상 짝을 이뤄 언급되기 때문이다. 거의 동시대에 미국과 유럽에서 각기 형성됐던 경영이론의 차이와 상호보완성에 대해 살펴보고, 산업현장의 변화와 경영학의 대응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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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영 사상의 두 기둥

앙리 파욜과 프레드릭 테일러는 20세기 초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 사상가로서,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경영 원칙들을 제시했다. 두 사람의 이론은 현대 경영학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경영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접근 방식과 경영의 초점에서 명확한 차이점을 보인다.

 

테일러의 경우 조직의 낮은 단계에 있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현장 조직의 공헌을 중시한 반면, 파욜은 조직의 높은 단계에 있는 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관리 조직의 공헌을 중시했다. 다시 말하면, 테일러는 관리활동의 기술적 능력을 중시해 노동자의 수준 및 생산의 기술적 측면에 관심을 둔 데 비해 파욜은 관리활동의 경영적 능력을 중시해 모든 조직에 건전한 관리원칙과 관리요소를 적용할 것을 강조함으로써 리더십 측면에 관심을 둔 연구를 진행했다.

 

2. 조직에 대한 관점 : 미시적 vs 거시적

테일러의 이른바 과학적 관리론은 작업 현장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개별 작업자의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시간연구와 동작연구를 통해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하고 가장 효율적인 작업 방법을 개발했다. 테일러의 관점은 조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작업자에 대한 미시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파욜은 조직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활동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계획, 조직, 지휘, 조정, 통제라는 5가지 핵심 관리요소를 제시했다.

 

3. 경영의 초점 : 작업 효율성 vs 조직 효율성

테일러는 조직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별 작업자의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작업을 분석하고 표준화함으로써 작업자들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업하도록 유도했다. 테일러의 경영이론은 작업 현장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작업 효율성에 대한 강조를 특징으로 한다.

 

파욜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명확한 책임과 권한 구조, 조직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 등을 통해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파욜의 경영이론은 조직 전체를 포괄하는 시각과 조직 구성원들의 협력에 대한 강조를 특징으로 한다.

 

(좌) Henri Payol(1841-1925) / (우) Frederick W. Taylor(1856-1915)

 

4. 주요 차이점 비교

기준	파욜의 경영관리론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
분석범위	조직 전체	작업 현장
초점	조직의 목표 달성, 조직 구성원 간 협력	작업자의 생산성 향상
주요개념	5가지 핵심 활동, 14가지 일반원칙	시간연구, 과학적 작업 방법, 차별 급여제
대표적인 도구	조직도, 업무지침서	작업분석 도표, 표준작업 시간

 

5. 두 경영사상의 장점과 한계

테일러와 파욜의 경영관리론은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작업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파욜의 경영관리론 다양한 부서와 직무로 구성된 복잡한 조직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일반론적 이론 전개로 실제 조직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세부적인 지침들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파욜과 테일러 이후의 경영학은 그들의 경영관리 이론의 장점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발전해 왔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이론의 틀에 포섭하고자 수많은 이론과 방법론들을 개발해 왔다. 

 

6. 평가 및 결론 : 상호 보완적 관계

파욜의 경영관리론과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은 각자의 장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파욜의 경영관리론은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하지만, 당연하게도 구체적인 작업 현장 개선 방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애초에 연구의 초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은 작업 현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작업자를 단순한 기계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인간적 측면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물론 비판의 상당 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말이다.

 

따라서, 두 이론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애초에 조직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현대 경영에서는 파욜의 조직적 관점과 테일러의 과학적 방법론을 결합하여 조직 전체의 효율성과 작업 현장의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두 이론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파욜과 테일러의 경영이론이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는 것은 후대의 평가만은 아니다. 파욜은 경영일선에서 은퇴한 후 경영관리연구소를 설립해 파욜리즘을 본격 정립했음은 물론, 이를 테일러리즘 연구회와 통합해 프랑스 국립조직연구회를 출범시켰다. 이 연구회는 프랑스 경영학과 파욜리즘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초기에 테일러리즘과 대척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파욜리즘을 테일러리즘과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정립했다. 파욜이 또 다른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해두고 싶은 것은 파욜의 이론적 유연성이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원칙을 고집하는 측면이 강한데 반해 파욜은 원칙 적용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파욜은 5대 관리요소에 대한 지식만 갖고 원칙을 고수하는 경영자는 결코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점점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조직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과 함께 상황에 맞는 유연성을 강조함으로써 현대경영학의 발전 방향을 미리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리가 배우고 접하는 현대의 경영학은 다분히 미국적인 것이지만, 초기 경영학의 기초를 확립하는데 유럽의 이론적 공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파욜의 이론을 보면, 오히려 현대경영학의 뿌리가 유럽의 경영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경영학 형성에 영향을 미친 근접 학문분야들로 확대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경영은 그 시대 산업현장의 고민을 담고 있다. 파욜의 경영관리론은 당시 유럽 산업현장의 고민에 대한 하나의 답이었을 것이다. 경영학은 그렇게 발전해 왔다. 과잉생산 문제, 오일쇼크, 일본 기업의 부각, 디지털 혁명 등 산업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경영학의 관심은 크게 변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전의 경영학이 구시대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영의 초기이론들은 더욱 그렇다. 경영자, 구성원, 조직구조, 관리방식 등 경영의 본질적인 고민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고 경영환경이 변화해도 경영의 근원적인 고민거리는 여전히 동일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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